정부가 한국 경제의 각종 지표에 ‘파열음’이 들린다고 또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두 달 전만 해도 긍정적인 부분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던 것과는 상반된다.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통상 이슈가 부른 세계 경제 부진 여파에 직격타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추락하는 경기를 부양하려면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역설했지만 이 역시 녹록지 않아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17일 발표한 5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1분기 한국 경제의 실물 지표 흐름이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그린북과 엇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지난 3월만 해도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개선세를 보인다고 평가했었다.
다양한 지표가 부정적 평가의 토대로 작용했다. 우선 기업의 설비 투자가 하강 국면이다.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나 감소했다. 투자 감소는 인력 감소로도 이어진다.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만3000명이나 줄었다. 1분기 전체 실업자 수는 124만1000명으로 120만명대를 돌파했다. 고용 시장의 침체는 내수를 끌어올리는 지표인 소비와도 직결된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1%대로 내려앉은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9개월 만이다. 결과는 경제 역주행으로 이어졌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쳤던 2008년 4분기(-3.3%) 이후 최저치인 -0.3%를 기록했다.
수출이 주력인 한국 경제의 특성 상 향후 반전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에서 3.2%로 수정했다. 관세 인상을 무기로 삼은 미·중 무역 전쟁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등 곳곳에 암초가 돋아나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는 글로벌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출은 1327억3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5%나 감소했다.
기재부는 반전의 기회로 추경을 꼽았다. 정부가 돈을 풀어 내수를 부양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날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며 “재정이 단기 경기 대응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경이 집행될 경우 경제성장률을 0.1% 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문제는 국회다. 여야의 대치 정국이 이어지다 보니 추경 심의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하려 해도 국회 심의 및 동의가 없으면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 효과는 시간을 끌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의 구조적인 상황 상 정부가 재정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국회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