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손학규…면전에서 “우리가 수구보수냐” 거센 항의 받아

입력 2019-05-17 10:51


바른미래당 내 손학규 대표와 바른정당계 인사들 간 내홍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는 사실상 손 대표 성토장이 됐다. 특히 손 대표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바른미래당이 수구보수 세력에 넘어가지 않게 정치적 명운 걸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우리가 수구보수 세력이냐”며 강하게 반발하며 손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 면전에서 “손 대표가 같은 당 동지들을 수구보수로 내몰며 의원들의 총의를 패권주의라고 비난한 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쏘아붙였다. 오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8일 의원총회에서 우리가 민주평화당이든 자유한국당이든 화합이나 연대는 없다고 결의했는데 누가 수구보수고 패권주의냐”며 손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이어 “당 전체가 불행한 사태로 빨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당의 큰 어른으로서 용단을 내려달라”며 사퇴도 재차 요구했다.

하태경 최고위원도 “손 대표의 어제 말씀은 ‘내 말 안 듣는 사람은 다 수구보수, 분열세력이다. 화합하지 않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의 가장 큰 문제는 ‘올드보이 수구세력’을 당내에서 청산하는 것”이라며 손 대표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가 문병호 전 의원과 주승용 의원 등 지명직 최고위원 지명 무효 결의안을 최고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손 대표가 일부 평화당 의원들에게 바른미래당에 입당,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를 몰아내자는 제안을 했다는 의혹도 도마에 올랐다. 전날 박지원 평화당 의원은 tbs 라디오에 출연해 “손 대표가 우리 당(평화당) 의원들을 접촉해 ‘바른미래당으로 와라. 와서 유승민을 몰아내자’고 했다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며 “박 의원 주장이 맞다면 이것은 해당행위를 넘어 아주 중대한 정치적 도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평생 정치를 해오신 노정객이 희화화되고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는 모욕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 대표는 회의 직후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했다. 박 의원을 향해서도 “우리 바른미래당을 흔들려는 그런 발언을 삼가주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오 원내대표 등 바른정당계 인사들은 “손 대표가 평화당 의원들과 함께 당의 초대 당대표였던 유 의원을 축출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게 사실이라면 징계를 받아야 할 일”이라며 “박 의원 발언의 진의 여부를 조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은희 최고위원도 손 대표의 ‘유승민 축출’ 발언 관련 진상조사위 구성을 긴급안건발의로 요구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