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료원 의료진이 엄동설한에 60대 노인 공원으로 옮긴 이유

입력 2019-05-17 08:52 수정 2019-05-17 10:05
MBC 화면 캡처

인천광역시의료원 의료진이 한겨울 술에 취해 길에 쓰러져 잠든 60대 남성을 응급환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병원 밖으로 내쫓아 결국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해당 병원 의료진들을 유기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인천의료원 의사 2명과 간호사 2명, 경비원 2명 등 6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월 21일 인천 동구에 있는 한 공원에서 채모(62)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한 결과 채씨의 사망원인은 저체온증인 것으로 드러났다. MBC 보도에 따르면 경찰의 채씨의 행적을 추적한 결과 공원 CCTV에서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채씨가 혼자 공원에 온 게 아니라 두 남성이 채씨를 휠체어에 태워 공원으로 옮긴 장면이 담겼다.

두 남성은 공원 근처에 있는 인천의료원 소속 경비원들이었다. 채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12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또 채씨가 숨지기 전날 오후 5시쯤 119구급대에 실려 인천의료원으로 이송된 사실을 파악했다. 술에 취해 길에서 잠들었던 채씨를 발견한 구급대가 이대로 두면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해 병원으로 옮긴 것이다.

의사의 문진을 받고 한 시간 넘게 침대에서 자던 채씨는 잠에서 깨어났지만 스스로 몸을 가누기 힘든 상태였다. 이 같은 장면은 경찰이 확보한 CCTV에 고스란히 담겼다. 채씨의 바지 주머니엔 이름과 주소가 쓰여 있는 우편물이 있었지만 병원은 가족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당시 채씨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해 밖으로 안내해준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겨울 60대 노인을 공원으로 내몰고 방치한 행위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보고 의료진과 경비원을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인천의료원 의료진이 노숙자 진료기록부를 상습적으로 작성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 관계자 9명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