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학의, 2011년에도 ‘사업가 스폰서’ 은폐 시도 “차명 전화 준 사실 말하지 말라”

입력 2019-05-16 17:30
뇌물수수 혐의와 성범죄 의혹을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들어오고 있다. 이병주 기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 진행한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 때 사업가 최모씨에게 “차명 전화를 만들어준 사실을 중수부에 말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김 전 차관의 ‘스폰서’ 역할을 했던 건설업자다. 김 전 차관이 당시에도 둘 사이의 관계를 은폐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증거인멸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최씨로부터 3000여만원,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씨는 2011년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이던 대검 중수부의 조사를 받았다. 당시 중수부는 저축은행 사건의 핵심 인물이었단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통화 내역에서 최씨 명의의 전화번호를 확보했다. 이 전화번호는 김 전 차관이 사용하고 있었다. 박씨와 김 전 차관이 수차례 통화한 것 때문에 최씨가 검찰 조사를 받게 된 것이다.

김 전 차관은 최씨가 소환조사를 받기 전날 그를 만나 “차명 전화를 내게 준 사실을 중수부에 말하지 말라”며 회유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최씨는 김 전 차관이 아니라 그의 아내에게 전화기를 빌려줬다고 중수부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설득으로 허위 진술을 한 것이다. 중수부는 당시 로비스트 박씨의 진술, 김 전 차관의 자택 근처에서 해당 전화번호의 발신 기록이 확인된 사실 등을 토대로 최씨에게 김 전 차관과의 관계를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회유 정황 등을 토대로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차관의 증거인멸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 부인이 2017년 말 성범죄 피해 여성 이모씨에게 ‘네가 휘말려 있는 민사소송 등이 잘 처리되도록 해주겠다’ ‘민사소송 피해 금액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회유한 정황도 강조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 전 차관 부인이 이씨와 주고받은 문자 내역도 법원에 정황 증거로 제출했다. 김 전 차관은 이 때문에 윤중천씨와 피해 여성을 전혀 모른다던 기존 입장을 심사에서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 전 차관 측은 모두 합쳐 1억6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윤씨로부터 2012년 사업가 김모씨의 횡령 사건 무마를 청탁받은 사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은 부인이 이씨와 접촉한 사실은 인정했으나 이씨 측의 요청으로 만났던 것일 뿐이라고 회유 정황을 일축했다고 한다. 최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는 ‘별건 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30분간 최후 진술을 하며 “참담한 기분이고, 그동안 창살 없는 감옥에 산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심경을 밝혔다.

검찰은 우선 뇌물 혐의로 김 전 차관을 구속한 뒤 성범죄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윤씨를 소환해 김 전 차관과 여성들을 합동 강간했다는 의혹 등을 집중 추궁했다. 윤씨는 17일에도 검찰에 출석하기로 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 영장이 기각될 경우 성범죄 의혹은 물론 뇌물 혐의도 흔들리면서 수사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윤씨에 이어 김 전 차관 영장도 기각되면 수사 동력이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구승은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