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관련 경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핵심인물인 승리(본명 이승현·2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판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5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특검과 청문회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승리 구속영장을 기각한 신종열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해임을 건의하는 청원이 15일 올라와 하루 만에 6만4000명 이상(17일 오전 9시 기준)이 참여했다. ‘**구속영장을 기각한 ***부장판사 해임 건의’라는 글을 올린 청원인은 신 판사의 영장 기각 이력을 언급하며 “이 나라에 법이 제대로 서 있는지,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곧 법인지, 이 판사에게 비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가 궁금하다”면서 “공부만 잘해서 판사가 된 사람이 아니라 양심과 심장이 살아있는, 상식에 맞는 판단을 해주시는, 존경할 수 있는 판사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신 부장판사는 14일 성매매 알선 및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승리에 대해 “주요 혐의인 법인자금 횡령 부분은 유리홀딩스 및 버닝썬 법인의 법적 성격, 주주 구성, 자금인출 경위, 자금 사용처 등에 비춰 형사책임의 유무 및 범위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신 판사는 승리 외에도 유인석(35) 전 유리홀딩스 대표, 이문호(29) 버닝썬 공동대표, 버닝썬 내 마약 유통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인 여성 MD 바모씨(일명 ‘애나’) 등 버닝썬 게이트 주요인물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 관련 건설업자 윤중천(58)씨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경찰의 부실 수사를 비판하며 특검 수사와 청문회를 요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불법 향응 소비, 범죄가담 VVIP 수사착수 및 유착 공권력에 대한 특검과 청문회 요청’ 청원글 작성자는 “버닝썬 내에서 벌어진 마약 투약, 성매매, 강간, 인권유린 관련 모든 혐의자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제 활동했던 MD들에 의해 경찰과 클럽이 어떻게 유착해왔고 어떤 뇌물과 향응을 제공받았는지 수차례 보도되고 검증됐다”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내부정화를 하지 못한다면 검찰이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청원 역시 올라온 지 하루 만에 5만4000명 이상(16일 오후 4시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5일 버닝썬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태의 발단이 됐던 김상교(29)씨 폭행사건과 관련해 버닝썬 영업이사 장모씨 등 2명은 공동상해 혐의, 최초 폭행자 최모씨는 폭행 혐의를 적용해 각각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당시 김씨가 역삼지구대 경찰관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유 전 대표 등으로부터 골프와 식사 접대를 받으며 단체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49) 총경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만 적용했을뿐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나 뇌물죄 적용을 하지 않아 ‘제 식구 감싸기’란 비판에 직면했다. 반면 김씨의 경우 여성 3명을 성추행하고 가드 1명을 폭행한 혐의가 모두 인정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백상진 기자, 신유미 인턴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