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광’ 볼턴에 뿔난 트럼프 “너무 앞서가, 최종 결정권자는 나”

입력 2019-05-16 16:42 수정 2019-05-16 16: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큰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광’이라고 불리는 볼턴 보좌관은 미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쥐락펴락하며 해외 군사 개입을 꺼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 행보를 걷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대이란 정책을 펼치고 있는 볼턴 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익명의 백악관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급 보좌진들이 돈이 많이 드는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는 그의 원칙을 깨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대치를 부추기고 있다며 화를 냈다”며 “군사행동을 개시할 경우 유럽국가와의 동맹 관계가 흔들릴지에 대해서도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5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에 이어 최근 대이란 강경책을 주도하고 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볼턴 보좌관이 최대 12만명의 미국 병력을 중동에 파견하는 내용의 군사계획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이 항공모함 전단과 전략폭격기 등을 중동으로 배치한 것에 대해서도 “오해의 여지가 없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밝히며 엄포를 놨었다. 볼턴이 이전에 미국의 JCPOA 탈퇴를 강하게 주장한 것 역시 이란을 붕괴 대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볼턴 보좌관의 호전적 태도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CNN은 15일 볼턴 보좌관을 겨냥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속삭이는 자(war whisperer)’”라며 “볼턴에게는 사랑스럽지 않은 전쟁이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볼턴 보좌관의 이란 정권에 대한 혐오감은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과 달리 이란 문제를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직접 대화하며 양국 긴장을 푸는 등 상대적으로 온건한 방향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큰 움직임(big move)’을 보이지 않는 이상 강경하게 대응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접근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보다 훨씬 앞서가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4일(현지시간) "이란은 곧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트윗. 트럼프 트위터 캡처

트럼프 대통령이 해외 군사 개입을 꺼리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2003년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역대 최악의 결정”이라고 비판해왔다. 최근 그는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를 겪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도 군사 개입 가능성은 여러 번 내비쳤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북핵 문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톱다운’ 협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행정부 내에서 대이란 정책을 둘러싼 내분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트위터에서 “가짜뉴스인 WP와 NYT는 나의 강력한 중동 정책을 두고 내분이 일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쓰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다른 의견이 나오긴 한다. 그리고 내가 최종적인 결정을 내린다. 이는 매우 간단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란은 곧 우리와 대화하기를 원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하며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