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리즈 유나이티드의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승격이 좌절됐다. 리즈는 16일 영국 웨스트 요크셔 리즈의 엘란드 로드에서 열린 더비 카운티와의 2018-2019 챔피언십(2부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 2차전에서 2대 4로 패했다. 1차전에서 거둔 1대 0 승리는 이번 패배로 물거품이 됐다. 승격 문턱에서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리즈의 승격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돼 아쉬움은 컸다. 리즈의 승격은 시즌 후반기가 들어선 시점에도 유력해 보였다. 46라운드 중 36라운드까지 진행된 지난 3월에도 2위를 유지했다. 챔피언십은 상위 1~2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직행한다. 3~6위는 마지막 한 장의 승급 티켓을 놓고 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리즈는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며 승격 기회가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6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승격을 확정한 노리치 시티, 셰필드 유나이티드에 이어 3위로 리그를 마쳤다.
시즌 말미에 들어서며 뒷심이 떨어져 마지막 6경기에서 3패를 허용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아르헨티나 명장 마르코스 비엘사 감독과 함께 15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꿈꿨으나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리즈와 프리미어리그의 인연은 2003-2004시즌이 마지막이다.
리즈의 역사는 깊다. 1919년 창단된 이후 1960-1970년대를 호령했다. 1번의 유러피언컵(유럽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준우승을 비롯해 2번의 1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영국 최대의 맞수로 대표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맴돌다 1991-1992년 팀 역사상 3번째 1부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호황을 맞았다. 1992년은 1부리그가 프리미어리그로 개편되기 직전 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우승경쟁을 펼쳤던 리버풀보다도 마지막 우승 시기가 빨랐던 셈이다. 에릭 칸토나, 앨런 스미스, 리오 퍼디난드, 제로비 킨, 조나단 우드게이트, 아론 레넌 등 쟁쟁한 선수들이 활약했다.
‘리즈 시절’이라는 인터넷 유행어가 있다. 스미스가 리즈의 강등 직후 라이벌 맨유로 이적했을 때 우리나라 축구팬들 사이에서 떠돈 말이다. 스미스는 한국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으며 국내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나 새로운 팀에 적응하지 못하며 심각한 부진을 겪었다. 축구 팬들은 스미스가 리즈 유니폼을 입고 호황을 맞았던 시기를 떠올렸다. 이렇게 생겨난 단어가 ‘리즈시절’이다. 스미스와 리즈의 호황기에 대한 추억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리즈시절’의 의미는 확장됐다. 축구뿐 아니라 외모, 인기, 실력 등이 절정에 올라 가장 좋은 시기를 뜻한다. 리즈는 다음 시즌의 ‘리즈 시절’을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줄 수 없게 됐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