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14일 경북 안동을 방문했다. 그는 20년 전 여왕의 안동행을 기념하기 위해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드루 왕자가 안동을 방문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앤드루 왕자는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찾았을 때 동행한 적이 있다.
앤드루 왕자는 이날 오전 11시쯤 경북도청에 도착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경식 도의회 의장, 김용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사이먼스미스 주한영국대사와 만나 도청을 구경하고 작은 소나무인 ‘반송’을 심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앤드루 왕자는 하회마을과 농산물도매시장, 봉정사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충효당에는 ‘로열패밀리가 찾은 길’이라는 뜻의 ‘로열 웨이(The Royal Way)’ 표지판도 설치됐다. 충효당을 포함해 여왕의 발자취를 따르는 관광루트는 이날 오픈됐다. 앤드루 왕자는 로열 웨이가 여왕이 거쳤던 경로를 표시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더니 “환상적”이라며 감탄했다.
앤드루 왕자가 다음으로 찾은 곳은 20년 전 여왕의 ‘73세 생일상’이 재현된 담연재였다. 그는 담연재에서 여왕의 생일상을 대신 받으며 여왕이 보내온 감사 메시지를 낭독했다.
여왕은 앤드루 왕자를 통해 “에든버러 공작과 함께 한국을 국빈 방문한 후 벌써 20년이 지났다”며 “1999년 나는 한국의 많은 곳을 방문했고 아주 훌륭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당시 다닌 곳 중 하회마을에서 73세 생일상을 받은 것을 깊이 기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하회마을 주민들과 안동시, 경상북도 여러분들에게 좋은 일만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어머니의 메시지를 전한 앤드루 왕자는 “어머니께서 다녀가셨던 길을 제가 이렇게 걷게 돼서 너무 기쁘다”며 “아시다시피 영국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상당히 특별한 관계다. 이런 기회를 통해 과거에 함께 했던 일을 다시 축하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은 양국관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제가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어머니께서 ‘가서 모든 것을 보고, 살피고, 느끼고, 체험하고 돌아와 한 가지도 빼놓지 말고 나에게 일일이 다 보고하라’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메시지를 전달한 앤드루 왕자는 학록정사로 옮겨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관람한 뒤 안동농산물도매시장 공판장에서 경매 현장을 살펴봤다. 공판장에서 사과 선물을 받은 앤드루 왕자는 “돌아가면 어머니께 직접 사과를 전달하겠다”며 기뻐했다.
오후 3시쯤 앤드루 왕자는 천년 사찰 봉정사에 도착해 범종을 타종하고 대웅전을 관람했다. 앤드루 왕자는 극락전으로 들어설 때 여왕이 그랬던 것처럼 신발을 벗고 입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앤드루 왕자는 마지막으로 한국국학진흥원으로 이동해 세계기록유산 퇴계집 책판인 장판각을 챙겨보고 유교책판 인출을 시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0년 전 여왕이 다녀간 로열 웨이를 재현함으로써 안동을 국제 관광지로 부각시키고 세계문화유산에 걸맞은 경북의 역사문화가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태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