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옛 동업자가 불붙인 ‘페이스북 해체론’을 일제히 옹호하고 나섰다. 최근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침해와 취약한 보안 시스템 문제, 가짜뉴스 유통, 저임금 노동자 착취 의혹 등 연이은 악재로 고전을 겪고 있다.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3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통신(IT) 기업들을 해체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해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IT 기업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려야 한다는 엘리자베스 워런 연방 상원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아주 설득력 있다”고 추켜세웠다. 민주당 주요 대선주자 중 하나인 워런 의원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의 자회사 분할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 등 소비자 이익보다 회사 성장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엄격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CNN방송에 말했다. 다만 코리 부커 민주당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한다는 생각은 평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정적에게 구사하는 극단적인 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저커버그 CEO와 함께 페이스북을 설립한 크리스 휴즈가 ‘이제 페이스북을 해체해야 할 때’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한 이후 나왔다. 12년 전 저커버그와 결별한 휴즈는 지난 9일 칼럼에서 “미 의회는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에만 감탄하느라 자유로운 시장 경쟁을 보장하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나는 클릭수를 늘리기 위해 공익을 저버리는 저커버그의 행태에 화가 난다”고 주장했다. 휴즈는 하버드대 재학 당시인 2004년 저커버그와 에두와도 새버린, 더스틴 모스코비츠와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북을 공동 창업했고, 회사를 떠난 뒤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페이스북은 급한 불부터 끄려는 모양새다. 최근 페이스북은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근로자 최저시급을 15달러에서 20달러로, 뉴욕 워싱턴 시애틀 지사의 경우 18달러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은 또 오는 23~26일 실시될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이탈리아 내 허위 및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계정을 다수 삭제했다고 밝혔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