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같아서 X먹고 싶다고? 이건 교권 아냐”… 스쿨미투 총 86곳

입력 2019-05-14 17:39
뉴시스

스쿨미투가 촉발된 지 꼬박 일년이 넘었다. 서울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부산, 충청, 인천, 대구 등 전국으로 번졌다. 교육 당국 방치 하에 고발 학생들은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졸업했고 가해 교사들은 학교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직접 나섰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두고 ‘스쿨미투 전국지도’를 공개하고 “가해교사는 스승의 탈을 쓰고 교권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소리쳤다.

‘정치하는엄마들’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성폭력이 벌어진 학교 86곳의 실명과 사건 개요를 담은 스쿨미투 전국지도를 배포했다. 지난 3월 SNS와 언론보도, 정보공개청구 답변서 등을 토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가해 교사와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의 신변을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골든아워나 마찬가지”라며 “학교성폭력 공론화를 이끌어낸 재학생, 졸업생 고발자들이야말로 시대의 참스승”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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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교권이 아닙니다”… 스쿨미투 1년 돌아보니

지난해 3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들이 재학 시절 교사들에게 당했던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서울 23곳, 경기 13곳, 인천 10곳, 부산 9곳, 경남 7곳, 충북 5곳, 대구 4곳, 광주 3곳, 충남 3곳, 강원·대전 각각 2곳, 세종·울산·전남·전북·경북 각각 1곳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학교별로 어떤 성폭력이 이뤄졌는지 현황판을 공개했다.

“내가 입술로 인공호흡해줄까?”(경남)
“얼굴이 사과 같이 빨개서 따먹고 싶다.”(충북)
“고년 몸매 이쁘네. 엉덩이도 크네.”(광주)
“고등학교 가면 성관계를 맺자.”(서울)
“내가 열 달 동안 생리 안 하게 해줘?”(서울)
“정관수술해서 너희와 성관계해도 임신 안해, 괜찮아.”(김해)
“예쁜 학생이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줄게.”(서울)
“화장실 가서 옷 벗고 기다리면 점수 잘 줄게.”(대전)

지난 2월 16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도 성토가 터졌다.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에 참석한 부산스쿨페미니즘연합은 “부산 한 여고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주머니에 돈을 잘 꽂게 생겼다’며 성매매를 의미하는 발언을 했다. 교사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어느 정도인지, 페미니즘 교육이 왜 필요한 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교사들은 생활기록부를 걸고 학생에게 위협을 가해 대학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학교 성폭력 전수조사에서도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아 성폭력을 고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호소했다.

천안 북일고 학생은 이 자리에서 “상담교사, 경찰관, 변호사 등이 모두 남성으로 이루어진 남성 중심적 해결 과정 속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2차 가해라고 했다. 그는 “쟤는 페미니스트라 불순한 의도로 미투를 한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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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뭐하길래 엄마들이 직접 나섰나

교육 당국은 스쿨미투가 휘몰아치자 지난해 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천명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교직원에게 즉시 징계를 내리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됐는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교육 당국이 주요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치하는엄마들’이 전국 16개 교육청(제주 제외)에 스쿨미투 처리현황 공개를 위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주요 정보 대다수는 비공개 처리돼 알 수 없었다. 이들이 직접 뛰어들어 전수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치하는엄마들’에 따르면 교육 당국이 처리 현황을 깜깜이로 일관하는 상황에서 가해 사실이 드러났던 교사들은 한동안 보이지 않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발 학생이 재학 중이라면 2차 피해 우려가 있다.

대구 혜화고 스쿨미투 고발 학생은 지난 2월 집회에서 “스쿨미투 이후 바뀐 게 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후배들은 여전히 혐오 발언을 일삼는 선생님들의 수업을 듣고 있다”며 “대자보와 SNS를 통해 스쿨미투를 알리는 과정에서 교사로부터 협박성 메시지가 왔다. ‘제보자가 누군지 아느냐’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스쿨미투 참여 학교가 가장 많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인 류하경 변호사는 “공공기관의 처분은 모두 공개가 원칙이고 예외가 있을 때만 비공개”라며 “학교 성폭력을 저지른 소수만이 얻을 이익이 예외 사례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들은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을 요구하며 낸 같은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미투 불길에 휩싸인 교내 성폭력 사태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교육청의 답변에 수수방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사태의 위급함은 아랑곳없이 정보 비공개로 일관하는 교육청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늑장 대처로 국민이 감당할 위험을 가중시키는 반인권적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