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글 ‘모두 가짜’… 경찰 대응은?

입력 2019-05-14 17:11

경찰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거짓 글을 올려 긴급 사안에 투입돼야 할 경찰력을 낭비하게 하고, 시민을 호도한 20대를 검찰에 넘겼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20대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월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자신(A씨)의 동생이 B공원에서 다른 청소년들로부터 폭행과 감금을 당했다”라는 거짓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글에서 A씨는 가해자의 아버지 중에는 경찰, 변호사, 판사 등이 있는데 자신은 부모가 없어 대응이 어렵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가해자와 카카오톡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용서하지 않겠다”이라는 자신의 메시지에 가해자가 “어차피 청소년법이야 ㅅㄱ(수고)”라고 답한 대화 내용을 첨부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의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는 청원 동의로 폭발했다.

경찰의 조사로 A씨가 올린 청원 글이 모두 가짜로 드러나 삭제되기 전인 3월 4일 오전 6시 기준 10만4612명이 청원에 동의할 정도였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 가계정을 생성한 뒤 직접 메시지를 입력하는 형식으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조작하고, 가해자 계정 프로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찾은 일반인 사진을 집어 넣었다.

범행 동기에 대해 A씨는 “‘현행 (청)소년법이 폐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표명하기 위해 허위 글을 게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경찰은 A씨가 올린 피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휴일에도 일선 경찰서와 지방청 인력을 투입해 수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거짓 글을 올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공권력을 낭비하게 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게시글에 적힌 피해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일일이 확인을 해야 했고 첨부한 카카오톡 내용도 조작됐다”고 말했다.

수원=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