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정 중학생 추락사, 죽음예견되는데도 폭력멈추지 않은 10대 4명 실형 선고

입력 2019-05-14 13:13 수정 2019-05-14 15:43

러시아인 어머니를 둔 한부모가정의 중학생에게 죽음에 이를 정도로 폭력을 가해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매달려 있다가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10대 4명 모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표극창) 심리로 14일 오전 열린 선고 공판에서 “너희들에게 맞을 바에는 차라리 떨어져 죽겠다”고 말할 정도로 집단따돌림과 함께 집단폭행을 가해 스스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공동주거침입, 강제추행 등)로 기소된 A군(14)과 B양(16) 등 10대 남녀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상해치사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한 A군과 B양에게는 각각 장기 징역 3년∼단기 징역 1년6개월, 장기 징역 4년∼단기 징역 2년이 선고됐다.


또 피해자 사망과 관련한 책임이 없다며 줄곧 상해치사 혐의를 부인한 C군(14) 등 나머지 남학생 2명은 각각 장기 징역 7년∼단기 징역 4년, 장기 징역 6년∼단기 징역 3년의 비교적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 판결문을 통해 “피해자는 당시 폭행을 피하기 위해 투신 자살이라는 방법을 선택한 게 아니라 아파트 옥상에서 3m 아래 실외기 아래로 떨어지는 방법으로 죽음을 무릅 쓴 탈출을 시도했다”며 “그 과정에서 중심을 잃고 추락했으나 스스로 투신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극단적인 탈출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고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유죄를 인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 중 일부는 범행을 자백한 뒤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며 “만 14∼16세의 소년인 점 등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A군과 B양 등 피고인 4명은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해 재판장이 양형 이유 등을 설명하는 동안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으며, 피해 중학생인 D군(14)의 러시아인 어머니도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봤다.

앞서 검찰은 올해 3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들에게 소년법상 허용된 상해치사죄의 법정 최고형인 장기 징역 10년∼단기 징역 5년을 구형한 바 있다.

A군 등 4명은 지난해 11월 13일 오후 5시 20분쯤 인천시 연수구 한 15층짜리 아파트 옥상에서 78분동안 D군을 집단 폭행해 “이렇게 맞다가는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피해자가 몸을 던져 폭행을 피하는 과정에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들은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갈 때 D군이 “살려주세요”라고 외치자 입을 막고 강제로 끌고가 집단폭행할 당시 담배 3개를 입에 물린 채 바지를 벗겨 성기를 노출시키는 등 극도의 공포심과 모멸감 및 수치심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D군이 가해자 중 한 명의 아버지 얼굴에 대해 “BJ(인터넷 방송인)을 닮았다”고 험담을 하고 사건 당일 “너희들과 노는 것보다 게임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는 게 집단 폭행한 이유였다.

이들은 집단폭행을 하던 중 자신들도 지쳐 폭행을 멈춘 사이 D군이 15층 아파트 옥상 담장 난간에 매달리자 더이상 폭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D군은 결국 15층 옥상에 매달려 있다가 살길을 찾아 3m 아래 에어컨 실외기로 뛰어 내렸으나 죽음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