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 남자 양정철, 한국당 겨냥한 듯 “정치 상황 갑갑해”

입력 2019-05-14 11:19 수정 2019-05-14 11:40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4일 민주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양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로 향하는 첫 출근길에서 지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갑갑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를 보이콧하고 장외 투쟁을 고집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야인’을 선언했던 양 원장은 “피하고 싶었던 자리인데 최근의 여러 갑갑한 상황을 보면서 어려운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취임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라는 절박함이 있다. 문 대통령 임기 5년 동안은 완전히 야인으로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뭐라도 보탬이 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는 판단이 들어 다시 당에 복귀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양 원장이 언급한 ‘갑갑한 상황’은 무엇일까. 구체적인 의미를 묻자 양 원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의지를 잘 알지 않나. 일반적인 말씀을 드린 것”이라며 “지금 정당 정치의 기본인 여러 원칙들이 많이 무너져 있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른 당에 결례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정당 정치의 기본 원칙이 무너져 있다’는 양 원장의 지적을 보면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한국당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발하며 연일 장외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연일 한국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제안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13일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국회가 일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된다”며 정치권을 작심 비판했다. 양 원장의 발언은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비판과 일맥상통한다.

양 원장은 “정권교체의 완성은 총선 승리”라고 강조했다.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총선 승리밖에 없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만 2년이 됐지만 각종 개혁입법 과제들도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갖고 있지 못한 여소야대 국면에다가 국회가 다당제로 구성돼 있어 협상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정부의 개혁 성과는 내년 총선 결과에 달려 있다.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20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개혁 입법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반대로 야당의 ‘정권심판론’이 작동해 의석을 잃을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을 잃으면서 레임덕이 시작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입법 성과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