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문재인 대통령과 원내 5당 대표의 회담을 놓고 13일 하루종일 핑퐁게임을 벌였다. 앞서 문 대통령의 여야 5당 대표 회담 제안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일대일 영수회담을 역제안했고, 청와대가 ‘선(先) 5당 대표 회동, 후(後) 일대일 회담’은 고려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자 황 대표는 다시 ‘선 일대일 회담, 후 5당 대표 회동’으로 순서를 뒤집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추경과 민생 등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멈춰버린 5당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 재가동을 간곡히 요청한다”며 “이미 제안한 5당 대표 회동도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앞서 황 대표가 제기한 일대일 영수회담 요구에 대한 거절이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민생투쟁대장정 일환인 경북 구미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도대체 뭐가 두려워서 저와 단독 만남을 피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청와대를 비판했다.
오후 들어 청와대는 한걸음 물러선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한 강기정 정무수석은 ‘황 대표와의 일대일 별도 회담’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의 발언보다 진전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선 일대일 회담, 후 5당 대표 회동’ 입장을 고집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황 대표는 경북 안동으로 옮긴 대장정 일정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러 사람이 우르르 모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것이 아니다. 대통령께서 결심할 문제”라며 “그 문제를 먼저 풀고 3자든 5자든 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여야 5당 대표 정례회동인 ‘초월회’에도 불참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이날 국회 사랑재에서 마련된 회동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만 참석했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도 장외투쟁은 투쟁대로 해도 5당 대표 자리는 참석해서 소통할 건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국회의원과 당의 대표들은 국회를 버리고 장외로 나갔다. 이것도 옛날과 똑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