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을 지역구로 둔 두 재선의원이 13일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15일로 예정된 당 원내대표 선거는 ‘관악 이웃 매치’로 치러지게 됐다. 김성식 의원이 국민의당 출신, 오신환 의원이 바른정당 출신인 만큼 계파 대리전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나 4·3 보궐선거 참패부터 이어진 손학규 대표 책임론이 선거 향방의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선 국민의당계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 당시 드러난 바른정당계의 세 결집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어 원내대표 선거가 도로 ‘국민의당 대 바른정당’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앞서 회동을 통해 오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정했다. 김 의원도 국민의당계 후보로 분류되며, 현 지도부의 의중은 김 의원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이 ‘계파 혈투’로 비춰질 정도로 극심한 내홍을 겪은 후 김관영 원내대표가 중도 낙마하고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라 손 대표 퇴진론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두 후보는 모두 계파 화합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면서도 손 대표 퇴진 관련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당권파 후보도, 비당권파 후보도 아니다. 인맥이나 계파에 얽매이며 정치를 해오지 않았다”며 “지금 바른미래당은 혁신하고 화합해야 한다. 제 쓰임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적 원내 운영을 약속한다. 그 상징적 조치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사·보임을 원상 복귀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손 대표 등 당권파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알려진 김 의원이 현 지도부와 선을 그은 것이다. 바른미래당 각 계파는 앞서 지도부가 선거제·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밀어붙이기 위해 이에 반대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들을 교체하자 이를 쟁점으로 치열한 쟁투를 벌였다. 김 의원이 손 대표 퇴진 여론이 여전히 거센 상황에서 사·보임 당사자인 권은희 의원 달래기를 통해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지도부에 돌아선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을 다시 아군으로 확보하고, 반대파인 바른정당계까지 끌어안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손 대표 퇴진에 대해서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그 곳에서 당내 총의가 모아진다면 그에 따라 리더십의 새로운 변화를 논의할 수 있다”며 손 대표 퇴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의원은 “혁신위에서 현 지도체제의 임기를 결정하고, 이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손 대표 퇴진을 위해 싸우겠다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오 의원은 손 대표 퇴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무기력하게 현실에 끌려 다니다 최악의 결과를 초래해놓고 마치 세월호 선장처럼 ‘가만히 있으라’ 말하는 무책임한 지도부 교체에 앞장서겠다”며 손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그는 “국민으로부터 사망선고에 가까운 심판을 받고도 아무 변화 없이 ‘다 잘 될 거야’ 주술이나 외우다 편안히 죽는 길을 택할 수는 없다”며 현재 당의 위기가 현 지도부의 4·3 보궐선거 참패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오 의원은 “저는 창당 이래 오늘날까지 당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정파를 초월한 소통과 협력에 누구보다도 애써온 사람”이라며 “안철수, 유승민 두 창당 주역과 손잡고 당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해가겠다”고 강조했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보조를 맞춘 일부 안철수계를 포섭하기 위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결국 ‘국민의당 대 바른정당’이라는 큰 구도 아래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지도부에 등을 돌린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 바른미래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원 24명 중 바른정당 출신은 8명이다. 바른정당계는 여기에 안철수계 2~3명을 합쳐 오 의원측 고정표로 분류하고 있다. 김 의원측 고정표는 국민의당계 8~9표 정도로 추정된다.
양측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에서 당 관계자들은 김 원내대표 사퇴 논의 의원총회 소집에 동의한 15명 의원을 주목하고 있다. 이중 바른정당 출신 8명을 제외한 7명이 원내대표 선거의 키를 쥐고 있다. 안철수계 한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손 대표 체제 정리를 포함해 당 혁신을 실천할 의지를 보고 가급적이면 한 쪽으로 표를 몰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바른정당계와 보조를 맞춰 현 지도부와 내전을 치뤘으나 본래는 지도부와 가까운 권은희 의원과 안철수계 김삼화·신용현·김수민 의원 등 여성 의원 4인의 선택에 당 안팎의 이목이 몰린다. 한 의원은 “어느 쪽이 되든지 결국 2~3표차로 원내대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김용현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