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진구청 전포복지관 위탁해지 예고...그린닥터스 반발

입력 2019-05-13 15:14

부산 부산진구가 복지관 민간 수탁기관의 위탁약정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겠다고 통지해 해당법인과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부산진구는 최근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수탁법인인 그린닥터스 재단에 보낸 공문을 보내 “복지관에 대한 그린닥터스의 위탁운영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고 13일 밝혔다.

구청 측은 ‘전포종합사회복지관 관련 처분 사전 재통지(청문 실시)’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 서비스 증진과 복지사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위탁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위수탁 과정에 시설장(복지관 관장) 내정자를 미고용하였으며, 고용문제로 시작된 위탁법인과 복지관 직원 및 관련 단체와의 불협화음 사태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그린닥터스와 복지관 직원 등의 갈등으로 인해 복지관의 정상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고, 장기화 시 공공재인 복지관 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되어 공익사업상 불가피하게 위탁해지 처분을 사전 통지한다’고 밝혔다.

부산진구의 위탁해지 처분 사전통지에 대해 수탁법인인 그린닥터스 재단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시설장 내정자를 미임명했다’는 구청 측의 주장부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린닥터스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9일 이사회를 열어 당시 복지관장이 12월 31일자로 계약기간이 종료됨에 따라 재선임을 위한 공개모집을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윤해복 관장을 그대로 임명하자”고 제안해 참석이사 만장일치로 의결했고, 다만 일부 이사가 ‘최근 채용비리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있는 만큼 인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모집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공모라는 형식을 빌려 현 관장에 대한 임명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날 그린닥터스재단 이사회에는 전포종합사회복지관 과장과 팀장이 배석했고, 이 같은 내용을 그린닥터스 법인 이사들과 공유했다.

특히, 절차상 며칠간의 업무공백을 우려해 새 관장이 뽑힐 때까지 관장대행을 맡게 될 과장은 향후 새 관장과 더불어 전포종합사회복지관을 꾸려갈 새 운영위원회 위원 명단을 함께 작성하기도 했다.

그린닥터스 재단은 팀장에게 새해 첫 출근일인 올 1월 2일 복지관에서 법인 대표와 복지관 전 직원 간 신년인사회를 갖도록 준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과장과 팀장 등은 구청 청사 내에서 전격적으로 ‘관장 임명지연’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린닥터스는 이후 ‘관장임명은 일반직원들과 달리 공모절차 없이 법인 이사회에서 임명해도 된다’는 구청의 유권해석에 따라 1월 4일 긴급이사회를 통해 관장을 재선임하기로 의결하고 이를 복지관과 부산진구청, 당사자인 관장에게 통지했다.

특히 인사 당사자인 전 관장에게 수차례 문자메시지를 통해 ‘관장 임명’ 사실을 통지했으나, 끝내 불응했다.

그린닥터스는 “복지관 일부 직원들의 부당한 항의 시위에도 불구하고 발 빠르게 요구조건을 수용하게 된 데는 복지관 파행운영에 대한 피해가 주역주민들에게 돌아갈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시위 주도측은 최초 요구조건인 ‘전 관장의 즉각 임명’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한 발 더 나아가 ‘그린닥터스에 대한 위탁운영 취소’를 구청에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결국 구청이 직원들과 일부 단체의 집단행동에 굴복하고 합법적인 수탁법인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직권남용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구청 측은 23일 오후 2시 구청 5층 공유의방에서 전포복지관 위탁해지 처분에 따른 그린닥터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청문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린닥터스 측은 청문을 통해 이 같은 구청 측의 행정횡포를 지적하고 ‘위탁해지 처분의 불법성’을 강조하는 한편 1월부터 지금까지 구청이 수탁법인에 대해 부당하게 자행한 직권남용 사례를 공개하고 사정당국을 통해 엄벌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구청 관계자는 “위·수탁과정에서 그린닥터스 측이 인사 내정자를 미고용하는 등 약정을 지키지 않았으며, 수탁기관과 복지관 직원 간의 갈등으로 공공재인 복지관 운영에 심각한 차질과 이용자의 불편이 예상돼 위탁해지를 사전 통지했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