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두번째 형사재판에 헬기사격 피해자 증인으로 출석

입력 2019-05-13 14:49 수정 2019-05-13 17:08

5·18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지난해 기소된 전두환(88) 전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형사재판이 13일 광주지법에서 열렸다.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법정 출석을 거부하다가 지난 3월 11일 첫 재판에 마지못해 나왔던 피고인 전씨는 재판장의 허락에 따라 이번 법정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는 1980년 당시 헬기사격에 의해 총상을 입은 이광영(66)씨 등 광주시민 5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 등은 법정에서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인 헬기사격 여부에 대해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5·18 당시 적십자사 봉사활동을 하던 이씨는 “1980년 5월 21일 오후 2시쯤 월산동 로터리에서 백운동 쪽으로 지프차를 타고 가다가 헬기의 기총사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며 “부상자 후송과정에서 척추에 총상을 입었는데 지금도 진통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극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진술했다.

당시 총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광주공원 쪽에서 날아온 헬기가 총을 난사하는 것을 3차례에 걸쳐 직접 목격했다”며 “그때 헬기의 기총소사로 관통상을 입은 한 사람을 적십자병원에 직접 실어다 주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씨와 함께 법정에 나온 광주시민 남현애(61)씨도 헬기사격을 생생히 묘사했다.

남씨는 “전남도청 앞 당시 노동청 건너편에 떠있던 헬기에서 불을 뿜었는데 순식간에 몇 사람이 쓰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몸속에 박혀있던 총탄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고 미국 무기실험연구소에서 보내준 파편 분석 자료를 지금도 원본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무기실험연구소 분석 결과 남씨의 몸속을 파고든 파편은 지름 6.5㎜ 이상인 자동기관총에서 발사한 총탄의 조각으로 판명됐다.

남씨는 “수술로 빼낸 총탄 파편을 대대로 간직해서 우리 자식들 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앞서 헬기 사격 목격자 21명(생존 17명·사망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자신의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 측은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지시하지 않았으며 실제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근거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조사와 헬기 조종사 진술 등에서 헬기 사격설이 증명된 바 없다는 것이다.

이날 형사 재판에 앞서 오후 1시20분부터 광주고법 민사2부에서 회고록 관련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전씨는 이 재판에도 출석의무가 없어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회고록에 허위 사실이 쓰였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해당 표현을 삭제하지 않고는 회고록 출판과 배포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