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를 훔쳐 먹고 오리발을 내밀던 60대 남자가 입가에 남은 먹물로 인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범행을 시인했다.
시장에서 팔기 위해 화물차 적재함에 실려 있던 낙지 3마리를 훔친 이 남자는 처음에는 시치미를 뗐다가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장모(6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 11일 오후 3시 50분쯤 광주 서구 한 전통시장 도로에 서 있던 화물차량 적재함에서 시가 2만원 상당의 낙지 3마리를 훔쳐 먹은 혐의다.
시장 상인 김모(36)씨는 “장씨가 낙지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뒤쫓아간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함께 장씨의 행적을 쫓은 김씨는 인근 술집 테이블에서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들과 앉아있는 장씨를 발견했다.
장씨는 “낙지를 훔쳤느냐”고 묻는 경찰관에게 당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하지만 장씨의 입 주변에는 불행하게도 낙지가 남긴 먹물이 남아 있었다.
경찰이 다시 입가에 묻은 낙지의 먹물은 어떻게 된 것이냐고 추궁하자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장씨는 “이미 먹어버렸다”고 범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조사결과 장씨는 김씨가 자신을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전혀 모르는 사람들의 술좌석에 끼어 앉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현행범으로 체포된 장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 중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