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사상 이런 준우승팀은 없었다. 인상적인 시즌을 보냈던 리버풀의 도전은 결국 2위로 막을 내렸다. 프리미어리그 개편 이후 첫 우승을 노렸으나 실패했다. 최종 전적은 30승 7무 1패. 승점은 97점이다. 승점 1점 차이로 맨체스터시티를 넘지 못했다.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비극적인 준우승팀이 됐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두 명의 득점왕을 배출했다. 리버풀 소속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 아스널 공격수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이 22골을 기록하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프리미어리그는 득점이 같으면 도움 횟수나 출전 시간 등을 따지지 않고 공동 득점왕으로 인정하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를 보유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8라운드 모든 경기에 나섰던 버질 반다이크는 리버풀 수비의 핵심이었다. 38경기를 치르며 단 22골만 허용한 반다이크는 프리미어리그뿐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PFA) 올해의 선수상, 프리미어리그 사무국 최고의 선수상을 받았다. 공격 포인트와 거리가 먼 수비수가 올해의 선수상을 받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지난 25년사에서 수비수가 이 상을 받았던 적은 단 3번뿐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뛰었던 네마냐 비디치가 2009년, 맨시티 소속이던 뱅상 콩파니가 2011년 수상했다. 반다이크의 활약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 최다 클린시트를 기록했다. 알리송 베커 골키퍼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문장으로 선정되며 ‘황금 장갑’을 받았다. 동물적인 선방능력을 바탕으로 위기 때마다 재빠르게 전진해 각도를 좁히며 38경기 중 21경기에서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리버풀이 기록한 22실점은 프리미어리그를 넘어 유럽 5대 리그로 확대해도 가장 적은 수치다.
리버풀이 작성한 97점은 맨시티가 승점 100점을 획득하며 우승한 지난 시즌을 제외하면 프리미어리그 26년사에서 모두 정상에 설 수 있는 점수다. 그 밖의 시즌에서 우승팀의 승점은 모두 97점보다 아래였다. 한 시즌에 두 팀이 승점 90점 이상을 기록한 적도 처음이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우승팀의 평균 승점은 86점이었다. 리버풀은 그보다 11점이나 앞서있다.
전 포지션에 걸쳐 올 시즌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인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우승컵을 얻어내지 못한 셈이다. 리버풀은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며 9연승을 달렸지만, 14연승을 기록한 맨시티의 기세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다만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준우승의 상처를 치유할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6월 2일 프리미어리그 라이벌 토트넘 홋스퍼와 빅이어를 두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리버풀이 그들의 마지막 남은 대회에서 트로피를 획득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