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귀신 잡는 해병대가 이런 일도 하네”

입력 2019-05-12 16:53 수정 2019-05-14 14:54

해병대 병사 출신으로 해병대 군종목사로 재입대한 박다니엘(31·해병대 제주교회)목사.

박 목사는 요즘 해병들과 함께하는 군종활동에서 큰 행복을 느끼고 있다.

2018년 7월 해병9여단으로 발령 받은 후 특별한 군종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

어떻게 하면 해병들을 도울까 고민하다 지난해 9월부터 ‘군종목사와 함께하는 이웃사랑 실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히 전투 피로증 장병, 부적응 장병, 갓 들어온 신병, 군기교육대 장병 등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면서 더 의미가 크다.

“부대 입장에서는 대하기 어려운 장병들을 군종목사가 돌봐주고, 또한 제주도민들 입장에서는 해병대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어 일석이조였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역은 지난 2월부터 ‘제주척수장애인협회’ 요청으로 진행 중인 매주 금요일, 토요일 척수 장애우 목욕봉사이다.

“제주도에는 장애인분들이 많습니다. 복지가 잘 돼 있지만 아직도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탐라장애인복지센터 척수 장애우분들의 몸을 깨끗이 씻겨 드리는 목욕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박 목사는 “처음엔 걱정도 많았고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실제 군복을 걷고 장애우 한 명 한 명을 씻길 때마다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간증이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윤건영 해병은 “어르신들의 몸을 닦아 드릴 때마다 마음이 뭉클했고 나중에 전역하고 집에 가서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정기찬 해병은 “몸을 움직이지 못하시는 분들에게 목욕봉사를 하니 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 건강하게 군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박 목사와 해병대원들은 주요 관광지 환경미화 활동도 벌인다.

또 태풍 피해 농가 복구 작업, 유기견 센터 봉사활동 등 사회복지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봉사활동은 해병 대원들의 마음에 깊이 각인됐고 긍정적인 변화 또한 가져왔다.

김민석 해병은 “저희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시는 민간인분들을 도울 수 있어서 정말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참된 군인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고, 군생활이 앞으로 이런식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종성 해병은 “오늘 이렇게 밖에 나와서 지역사회에서 지역주민들을 위해서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고, 노은호 해병은 “오늘 해안가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보람찼고, 많은 장병들이 와서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창민 해병도 “정말 뿌듯하고 다른 장병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한솔 해병은 “목사님과 함께 쓰레기를 주우면서 제주도가 깨끗해지는 것을 느꼈고 기회가 되면 다시 한번 나가고 싶다”고 했다.


유승우 해병은 “오늘 목사님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서 보람찬 하루였고, 차 안에서 제주도를 둘러보면서 재미있었던 시간이고, 기회가 된다면 봉사활동을 또 하고 싶다”고 했다.

제주 도민들의 인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일부 주민에 따르면 4·3사건으로 경찰과 군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4·3사건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민간인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많은 희생자를 내 아직도 어르신들 중에는 경찰과 군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계신 분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군종목사와 해병대원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이렇게 봉사활동을 하니 주민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군복 입은 해병들의 봉사활동을 보고 많은 제주도민 및 관광객들이 “어, 귀신 잡는 해병대가 이런 일도 하네”라는 반응도 있었다.

지역주민 함청웅씨는 “군인들께 감사의 말씀 먼저 드리겠다. 태풍피해로 제대로 작업을 못했는데 도와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주민 박창수씨는 “나라 지키는 일도 힘들텐데 이렇게 지역 주민들을 위해 병사들을 보내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바다도 깨끗해지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많이 부탁드리고,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린다”고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요양원에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예비역 해병 선배들을 찾는 것도 박 목사와 해병대원들의 사역 중 하나다.

한 간병인은 “이렇게 해병들이 선배에게 와서 인사하고, 반갑게 하니까 어르신도 힘이 나는 것 같다. 정말 해병들 의리가 있네”라고 말했다.

박 목사는 “병사들과 함께 참전용사이시자 해병 출신 선배님들을 병문안했을 때 그분들의 이야기를 통해 해병대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참전 용사분들이 이렇게 고생하고 계시다라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기독해병전우회(제주해병선교회)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제주 해병 복음화와 지역주민 섬김활동에 더욱 힘을 쏟기 위함이다.

앞으로 계획을 묻자, 박 목사는 “장병들에 대한 군종활동은 물론, 제주지역 봉사활동, 해병 선배 분들을 더욱더 섬겨 해병대의 이미지 개선 및 장병사랑 실천에 매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