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예고 케인, 느껴지는 코스타의 향수

입력 2019-05-12 12:12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해리 케인이 지난 9일 벤치에 앉아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2018-2019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지켜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해리 케인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선수 본인이 결승전에 나서겠다 예고한 데 이어 동료들 역시 그의 복귀를 전망했다. 동료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는 11일 한 스페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케인은 결승을 위해 회복 중이다. 그때가 되면 확실히 돌아올 수 있다”고 장담했다. 토트넘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다. 케인의 의지는 확고하다. 케인은 토트넘의 상징과 같다. 부상이 회복된다면 복귀는 확정적이다.

케인의 복귀는 토트넘에게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올 시즌 두 차례 발목 부상을 당하며 60여일 동안 전력에서 이탈했음에도 여전히 팀 내 최다 득점자다. 뛰어난 결정력에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까지 겸비했다. 속도나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보다는 상대 수비수와 경합 후 곧바로 직접 슛을 하는 성격이다. 케인의 결정력은 토트넘의 가장 큰 무기라고 볼 수 있다. 중원을 장악당하며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막힌 흐름을 풀어내기 위해 직접 하프라인 부근까지 공을 받으러 내려오기도 한다. 동료들과의 연계 역시 좋다는 얘기다.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디에고 코스타가 2013-201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전반 9분 만에 교체되고 있다. 게티이미지

5년 전 스페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당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이끌었던 주축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여부가 고민거리였다. 코스타는 오른쪽 허벅지 햄스트링을 다치며 무릎에 통증을 느끼는 복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득점뿐 아니라 팀 내에서 코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술적으로 매우 컸다. 토트넘의 케인과 비슷하다. 코스타는 예상을 깨고 결승에 선발로 복귀했다.

결국 코스타의 복귀는 결승에 출전하겠다는 의지만 앞세운 꼴이 됐다. 전반 9분 만에 부상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아틀레티코는 이른 시간 피 같은 교체 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급하게 전략 수정을 해야 했다. 이른 시간 교체는 당시 연장전 승부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 1대 4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케인은 지난 1월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에 걸려 발목 부상을 당했을 때도 3주가량 복귀 시점을 앞당겼다. 그리고 복귀한 지 40여 일만에 같은 부위를 또 다쳤다. 이른 복귀가 독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나선다면 2달여 만의 복귀다. 실전 감각이 얼마나 올라왔을지도 관건이다. 스포츠 방송사에서 해설가로 활약 중인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전 감독은 최근 “케인의 복귀는 거의 확실해 보인다”며 “그가 선발로 나선다면 루카스 모우라와 손흥민 중 한 명을 포기해야 한다. 손흥민이 희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케인의 결승전 몸 상태 여부에 따라 토트넘의 우승 향방이 달라진다. 시즌 가장 중요한 순간에 코스타의 전철을 밟을지,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낼지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