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견인 비글 ‘메이’가 폐사했다. ‘제2의 황우석’이라고 불리는 동물복제의 세계적인 권위자 이병천 서울대학교 수의학 교수의 실험실에서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11일 방송은 ‘복제견 메이의 기이한 죽음-거룩한 희생인가, 탐욕의 희생양인가’라는 주제로 동물복제 연구를 둘러싼 의혹을 조명했다.
메이는 2012년 10월 이 교수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에 성공하면서 탄생했다. 이듬해인 2013년 농림축산검역본부로 이관된 뒤 공무견 신분으로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 활동을 했다. 5년 동안 국가를 위해 일한 뒤 지난해 은퇴해 서울대로 이관됐다. 메이 같은 국가 사역견으로 동물실험을 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메이는 다른 검역 탐지견 페브, 천왕이와 함께 실험실로 갔다.
실험실에 있던 메이의 상태가 지난 1월 비글구조네트워크에 전해졌다. 유영재 대표는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야위었고 아사 직전으로 보였다”며 “특히 생식기가 유독 튀어나와 있었다. 잘 걷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밥을 허겁지겁 먹다가 코피를 뿜기도 했다”고 했다. 유 대표는 메이를 구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서울대 측은 메이가 지난 2월 자연사했다고 4월에서야 통보해왔다.
메이의 상태를 확인한 수의사는 “한 달 동안 물만 먹고살아도 이렇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정도의 상태라면 학대”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수의대 측은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석 분석 연구를 위해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아사 상태에서도 성욕이 있는지, 정액이 분비되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연구였다.
‘철옹성’ 서울대 동물 실험실에서 벌어진 일
서울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교수팀의 동물 실험실은 검증된 아이디 카드가 있어야만 출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을 아무 제약없이 오고 갈 수 있는 이들이 존재했다. 도사견을 실은 트럭기사다.
서울대 동물 실험실 안에는 도사견 수십마리가 실험을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제보자는 “컨테이너 박스 안에 개들이 갇혀 있었다. 마치 보신탕 농장 같았다”라며 “복제견을 만들기 위한 개들이었다. 수술이 끝난 개들을 다시 가뒀다. 새끼들을 잃은 어미들이 특히 힘들어했다”고 증언했다.
한 제보자는 “서울대 주변에서 눈도 빨갛고 생식기도 부어있는 비글을 봤다”며 “이 개들은 뭐냐고 물으니 실험견이라고 하더라. 비글이 (실험실에) 안 들어가려고 주저앉고 엄청 짖는데 그 소리가 소름 돋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개 복제 성공? 부작용 없다는 연구팀… 실상은
검역본부 소속 훈련사는 100%라는 복제견 성공률은 조작됐다고 주장했다. 이는 탐지견 센터 직원은 모두 알고 있다고 했다. 복제견은 건강 등 여러 문제를 안고 탄생했지만 연구팀은 이를 숨긴 채 매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제견과 함께 일해본 적 있다는 119 구조본부 교관은 “복제견 ‘동해’는 도입되자마자 자연사했다. 그 이후부터는 복제견을 받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자연적으로 번식된 견이 더 나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제보자는 “비글들이 힘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며 “조증에 걸린 사람처럼 굴기도 했다. 이런 개가 무슨 마약탐지견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고 지적했다.
검역본부 직원은 “메이는 혀가 길어서 기형적인 부분이 있고 페브는 물혹이 있고 천왕이는 너무 소심했다”며 “보통 탐지견 애들이랑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 아이들을 서울대에서 데려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동물분야 전문가 역시 복제견이 자연번식견보다 더 우수한지는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자연적으로 교배를 하면 그 부모보다 나은 자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생명이 진화한 것”이라며 “복제한다는 건 아무리 기술이 진화해도 어미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응급조치에 불과하다. 또한 부작용이 심한 것은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진단했다.
제보자들이 복제견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으나 관계자들은 “복제견 자체는 우수한 혈통을 가졌기 때문에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며 “실전에서 능력이 떨어지는 점은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복제견 사업은 ‘황우석 사단’ 손에
동물실험 책임자 이 교수는 과거 줄기세포 조작했던 황우석 박사의 제자다. 세계 최초로 복제 늑대를 탄생시키고 세포의 형광 유전자를 투입해 어두운 곳에서 붉은 형광빛을 내는 복제견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지금 그는 애완견 복제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 메이를 포함한 복제견과 재복제견까지 총 20마리를 탄생시켰고, 이후 특수 목적 복제 사업은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10년간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는 2012년 경 62억원 규모의 복제견 사업을 이 교수팀에 발주했다.
올해부터 이 교수팀이 복제견을 매매를 도운 A바이오텍의 대표는 황우석 사단의 핵심 인물이었던 김 교수다. 검역본부가 6억원을 받고 업체에 보낸 복제견은 재복제견이었다. 김 교수는 “우수하다는 생각에 다시 복제했다”며 “검역본부로 보낸 복제견에 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황우석 박사가 20억원을 편취·횡령했을 당시 연구비를 빼돌린 일당 중 한명이 이 교수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 제보자는 “월급을 안 주고 연구비가 안 나왔다고 거짓말했다”며 “이런 질문 받으면 이렇게 대답하라는 대본도 짜줬다”고 말했다. 이 교수 연구 보고서에 등장한 강모씨 역시 황우석 사단에서 1억원 이상을 횡령한 인물이었다.
정부의 복제견 사업은 황우석 사단의 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박사는 2014년 직접 7억 원이 투입된 경찰 복제견 사업을 맡기도 했다. 황우석 박사의 복제견 사업체에서 일을 했다는 제보자는 “도사견은 임신을 해야만 케이지가 아닌 깨끗한 곳에 있을 수 있었다. 임신한 개한테만 밥을 주기도 했다”며 “새끼를 낳고 봉합한 다음에 식용 농장으로 보낸다고 했다. 식용개는 다시 농장으로 간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