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10일 북한이 전날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의 종류가 신형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스커드 미사일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 군의 정찰 자산의 철수가 미사일 제원 분석이 더딘 것과는 무관하다는 합참 입장도 전달했다.
지난 9일 쏜 미사일의 탄착 지점이 북한 측 영해라는 점을 들어 북미 관계 악화를 우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의 안전보장을 강조한 것과 달리 국정원은 미국의 핵우산 철수 등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상균 국정원 2차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미사일 분석이 늦는 이유는 신형 무기체계일 가능성 때문이다”라면서 이같이 보고했다고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과 정보위 간사인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미국 당국이 9일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발표한 것과 관련해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라고 보고했다.
이은재 의원은 “4일 (발사)한 것도 아직 분석이 안 끝났고 오늘 아침 미국에서 발표는 됐지만 우리 측에서는 아직 미사일이 어느 종류인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지금 분석 중이라고 했다”고 밝혔고, 김민기 의원은 “미국의 공식적 입장은 아니라고 (국정원이) 답변했다”고 덧붙였다.
과거 발사한 미사일과 외형이 동일하더라도 다른 패턴을 보이는 만큼 신형첨단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는 데 국정은 무게를 뒀다.
이혜훈 위원장은 “국정원은 신형 무기이기 때문에 과거 기종과 달라서 분석하는 패턴이 익숙하지 않다고 주장했다”며 “4일과 9일 동일 기종으로 보이는데 국정원도 외형상으로는 동일 기종으로 보이지만 외형은 그러하더라도 (발사체) 안에 제원이나 사거리, 속도 등을 다 분석을 해야 동일인지, 아닌지가 확정적으로 결론이 나기 때문에 외형상 보이는 것만으로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의 정찰자산 철수,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발사 징후를 미리 포착하지 못하거나 발사 이후에도 분석이 지연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해명했다.
국정원은 “외형적인 것만 봐서는 모르고 그 안에 제원이 어떤 것인지, 내용물이 어떤 것인지를 다 알아야 무슨 미사일이다 하는 것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며 “정찰자산의 철수·무력화에 따른 변화가 감지 능력에 영향이 없다는 합참 입장만 얘기하고, 국정원 입장은 얘기하지 않았다”고 이 위원장은 밝혔다.
이번 발사체를 두고 스커드 미사일 가능성을 제기한 지적에 대해서도 국정원은 “스커드는 다 (휴전선 부근에) 전진 배치됐기 때문에 신오리, 구성과는 관련 없다는 취지로 이해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4일 동부, 9일 서부에서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향후 추가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이은재 의원은 “한 번은 동부에서 했고, 또 한 번은 서부에서 발사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게 있지 않겠느냐”며 "(국정원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답변할 수 없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만 했다”고 전했다.
국정원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와 관련, 미국의 대북제재 입장이 바뀌지 않는 데 따른 반발로 보면서도 마지막 발사 지점이 북한 내에 떨어지도록 계산한 점을 들어 북미 관계가 너무 과도하게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대남 목적으로는 한미 연합훈련 등 군사훈련과 첨단무기 도입에 반발하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며,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남한 내부를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국정원은 해석했다.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다독이고 내부의 응집 수단으로 미사일 발사를 활용한 측면도 있다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국정원은 탄도미사일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북한의 이번 두 차례 미사일 발사를 두고 9·19 군사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으로 평가했다.
국정원은 “합의 조문에 미사일이 안 된다는 문구가 없어서 문구상으로만 보면 위반이라고 얘기하기 어렵지만 군사적 긴장이나 충돌에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전면 중단하자는 합의 취지는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정보위에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본격적 준비가 들어갈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국정원은 “대북특사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필요성을 언급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문 대통령이 대담에서 북한 안전보장을 강조해 미국의 핵우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등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남북 문제와 한미 문제는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분명한 입장을 얘기했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국정원은 합참 보고를 토대로 이날 정보위에 9일 북한이 쏜 2발의 발사체는 사거리 각각 420㎞와 270㎞의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다. 240㎜ 다연장포와 신형자주포로 추정되는 발사체도 발사했지만 총 발사 횟수는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
지난 4일과 9일 미사일 발사 모두 김평해 노동당 부위원장,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 조용원 당 제1부부장, 박정천 인민군 포병국장(육군대장) 등 대체로 당 관료들이 참관한 것으로 국정원은 합참의 분석을 토대로 파악했다.
최민영 선임기자 my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