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모와 전략폭격기로 ‘핵 재개 시사’ 이란 압박

입력 2019-05-10 17:40

이란이 핵 개발 프로그램 재개를 시사한 가운데 미국이 전략폭격기와 항모 전단으로 이란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 공군은 9일(현지시간)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가 전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미 공군은 카타르에 도착한 항공기가 미국 루이지애나주 소재 바크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온 제20비행중대에서 파견됐다고 밝혔다. 카타르 외에 서남아 내 공개되지 않은 지역에 다른 폭격기들도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지난달 중순 미 본토에 있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를 아랍에미리트(UAE) 알다프라 공군기지로 이동 배치한 바 있다. 이어 패트리엇 미사일을 재배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미 해군도 이날 니미츠급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필두로 한 항모 전단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홍해에 진입했다는 성명을 냈다. 항모전단은 중동을 관할하는 중부 사령부에 배치된다.

미 공군이 공개한 B-52H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 8일 미 본토에서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로 이동했다. 미 공군

이란은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일부 내용을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8일 밝혔다. 미국이 합의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한 지 1년만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핵합의 당사자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만큼 이란도 지킬 이유가 없다. 미국의 일방적 핵합의 탈퇴와 경제 제재가 이어진 지난 1년간 참았지만 앞으로 핵합의에서 정한 농축 우라늄 및 중수 보유 한도를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즉 그동안 한도 이상의 농축 우라늄 및 중수를 외부로 반출했지만 앞으로 이란 내에 저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즉각 이란산 금속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밝히면서 군사적인 압박에도 나섰다. 특히 이란의 봉쇄 위협을 받고 있는 중동 호르무즈 해협에 필요할 경우 항모 전단을 파견하겠다고 경고했다.

미 5함대의 제임스 멀로이 사령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항모전단을 해협 안으로 파견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중동 어디에서든 함대 운용에 제약을 받거나 도전을 받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해와 페르시아만을 가르는 해역으로, 이란과 이라크,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수출되는 경로다. 이란은 미국 등 서방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하지만 실행에 옮긴 적은 없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