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부친은 제국주의 일본군” 첫 고백

입력 2019-05-10 16:01
무라카미 하루키. 뉴시스

일본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부친이 제국주의 시절 징병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하루키는 10일 발간된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에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말할 때 내가 하는 말’이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를 실었다. 28페이지에 달하는 긴 에세이에는 과거 아버지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루키의 아버지는 1938년 당시 20살에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 부친의 징집 시기는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과 겹친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로부터 중국에서 포로를 참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군도(칼)로 사람의 목을 날리는 잔인한 광경은, 나의 어린 마음에 강렬히 새겨졌다. 하나의 유사체험으로서”라고 적었다.

하루키는 “너무 불쾌해 눈 돌리고 싶은 일이 있어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역사의 의미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하루키의 반성적 역사관은 2017년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드러난다. 해당 소설에는 난징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사히 신문은 “전쟁과 폭력에 대한 대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있어서 중요한 테마”라고 전했다.

하루키는 평소에도 과거 일본의 만행에 대해 제대로 사죄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도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며 “젊은 세대에게 좋은 역사만을 전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도 “1945년 종전(패전)에 대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일본은 아무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