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중도 퇴진 후 지도부 반대파의 화살은 본격적으로 손학규 대표를 향하고 있다.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들은 지도부 총사퇴까지 당무 보이콧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고,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은희 정책위의장은 10일 최고위 회의에 참석해 손 대표 면전에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권 의장은 최고위 회의에 복귀해 손 대표를 공개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을 제안했다. 손 대표는 ‘국민은 답답한데 왜 대통령을 괜찮다고 하는 거냐’고 지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바른 지적이지만 그 무게감에 대해서는 의심이 있다”고 꼬집었다.
권 의장은 “손 대표는 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라는 당원들에게 다 괜찮을 거라고 답했다”며 “손 대표와 문 대통령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차이가 없는데 그 지적에 무게감이 실리겠나. 와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사 문제에 대해서도 손 대표를 문 대통령과 비교하며 질타했다. 권 의장은 “손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일방적 국정운영’이라는 지적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연한 지적이지만 그 진정성 역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손 대표는 비전과 혁신 방안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13명의 정무직 당직자를 일방적으로 면직했다”며 “그 일방적인 모습에서 손 대표와 문 대통령의 차이가 없는데 그 지적에 진정성이 느껴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손 대표는 문 대통령을 만나기전에 당대표로서 말의 진정성을 회복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권 의장을 포함해 청년최고위원인 김수민 의원과 앞서 손 대표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주승용 국회부의장,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 참석해 의결 요건을 갖췄다. 하지만 바른정당 출신 최고위원 3인(하태경·이준석·권은희)은 불참해 당 내홍의 여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냈다.
사전 최고위원회의에만 참석한 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김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 위기 수습의 첫 단추는 끼워졌다”면서도 “지도부 총사퇴와 새 지도부 구성을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 최고위원도 9일 페이스북에 “앞으로도 최고위 회의에 참석할 계획이 없다”며 “현 최고위 전체를 깔끔하게 종결해야 한다”고 썼다.
회의에 참석한 최고위원들은 당무 보이콧 중인 최고위원들의 ‘조건 없는 복귀’를 촉구했다. 주 최고위원은 “미워하는 사람에게 먼저 손 내미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라며 “다음 최고위부터는 빈 자리 없이 지도부 전원이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 퇴진 및 전체 지도부 사퇴가 당 내홍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15일로 예정된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후보가 현 지도부 정리 문제를 두고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표가 갈릴 전망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