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9일(현지시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재개했으나 90분만에 마무리하고 10일 협상을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예고한대로 10일 0시 1분(한국시간 10일 오후 1시 1분)부터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기존 10% 관세를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미국은 관세 인상 시한 이전에 중국에서 출발하는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해 협상 지속을 위한 ‘유예기간’을 뒀다. 미·중 양측이 정면충돌 위기에서 극적 타결을 이뤄낼수 있을지 주목된다.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대표단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은 9일 워싱턴DC USTR청사에서 협상을 재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90분간 진행한 뒤 업무 만찬을 함께 했으며 10일 협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미·중 대표단은 미국이 제시한 관세인상 시한까지 합의 또는 결렬 등 결론을 내기는 어려워 10일 오전 0시 1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조치는 일단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은 10일 오전 0시 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은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관세 인상 시점 이후 출발하는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관세 부과를 늦춰 협상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선박은 중국에서 미국까지 운송하는 데 장기간 소요되고 항공화물도 10시간 이상 걸린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몇 주간 지속되는 ‘비공식적인 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양측이 추가 시간을 벌었다며 “합의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급해서 인상된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친서를 보냈다고 공개하며 합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시 주석으로부터 지난밤 매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나는 아마 전화로 그와 통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친서에서 ‘함께 협력하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라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합의에 매우 가까이 왔었다. 그런데 그들은 합의안에 대한 재협상을 시작했다. 우리는 그것을 할 수 없다”면서 중국의 ‘약속 파기’를 재차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고위 관리들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부총리(류허)가 오고 있다”면서 합의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에 대해 “우리는 1년에 수백억 달러를 받을 것이다. 그것(관세)은 매우 강력하다”며 관세가 강력한 수단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중국을 압박해 협상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한 양면전략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양보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서 극적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