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아파트 경비실 36%는 한 여름 ‘찜통 경비실’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이나 동대표 반대로 에어컨을 설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노동환경 실태조사 차원에서 서울시내 2187개 아파트 단지 경비실(8763개) 냉·난방기와 휴게실 설치 실태에 대한 첫 전수조사를 실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서울시 의무관리대상단지(150세대 이상)와 SH공사 임대주택 단지 등 2187단지다. 유효 응답률은 80%(1752단지)다.
조사 결과 서울 지역 아파트 경비실 냉·난방기 설치율은 64%에 그쳤다. 경비실 10곳 중 4곳의 경비원은 지난해 여름 기록적인 폭염을 냉방기 없이 보낸 셈이다. 올해 설치 예정인 127단지를 포함하면 평균 설치율은 72%로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강북권 설치율은 70%였지만 강남권은 59%로 낮았다. 강남지역 설치율은 전체 평균보다도 5%포인트 낮게 나타났다. 경비실 냉·난방기를 설치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주민 및 동대표 반대”라고 답한 경우가 54%로 가장 컸다. “예산 부족 및 장소 협소”라는 응답은 31%, “에너지 절약, 재건축 준비 중 등 기타” 응답이 16%로 뒤를 이었다.
한편 경비실과 별도로 휴게실은 총 2792개소가 설치됐다. 휴게소 1개 당 경비원 이용 수는 평균 6명이었다. 강남구 경비원 수는 192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휴게실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어(159개) 휴게실 당 평균 이용 경비원 수는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 결과 경비실 에어컨 미설치 사유 절반 이상이 ‘주민 및 동대표 반대’로 조사된 만큼 동대표와 관리소장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아파트관리 주민학교’ 노동인권 교육과정에 5월 중으로 실태조사 결과를 추가하고 공동주택 노동환경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