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생물학적 성별에 맞는 한복을 착용한 사람에게만 고궁 무료입장을 허용하는 문화재청 가이드라인은 차별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성별 표현을 이유로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사람이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을 개선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문화재청장에 권고했다”고 9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한복의 대중화 및 세계화를 취지로 한복착용자의 무료관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남성은 남성용, 여성은 여성용 한복을 착용해야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한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됐다.
이런 가이드라인에 대해 시민단체 회원 등 96명은 “성별표현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지난해 1월 인권위에 집단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가 아니며, 전통적 한복 착용 방식의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성별을 기준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 착용의 사례로 인해 올바른 한복 형태의 훼손이라는 피해가 당연히 예견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복장, 머리 스타일 등 성별표현은 사회적으로 규정된 성 역할이나 개인의 성별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개인의 표현 자유 영역에 그치지 않는 차별 사유”라며 “그 전통으로서의 가치가 피해자의 평등권을 제한해야 할 만큼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항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로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출신 지역·국가·민족, 성적지향, 용모 등 신체조건 등을 이유로 고용, 재화, 용역, 교통수단, 상업시설, 주거시설, 교육시설 이용 등에 있어서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신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