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 “경청의 협치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화답했다. 패스트트랙 정국을 거치며 강대강 대치 중인 여야가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민주당의 상징 색깔과 비슷한 청록색계열의 옷을 입고 이 원내대표를 맞은 나 원내대표는 “역지사지를 위해서 옷 색깔을 맞춰봤다”며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해서 국회가 국민이 원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가 ‘말 잘 듣는 원내대표가 되겠다’고 했는데, 청와대의 말을 잘 듣는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며 “국민 말씀을 잘 들으면, 우리가 같이할 면적이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의 축하 인사에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국민의 말씀을 잘 듣고, 그만큼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다. 경청의 협치를 시작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정국을 풀 수 있는 지혜를 주시면 최대한 존중하겠다. 5월 임시국회라도 열어서 빨리 국회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5·18도 다가오는데, 관련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형님(홍영표 전 원내대표)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는 동생과 일을 하게 됐다”면서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고 답했다. 이어 “첫날부터 많은 말씀을 해주신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면서 “같이 지혜를 모으자”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64년생으로 올해 55살이고, 나 대표의 나이는 그보다 한 살 많다.
이날 상견례는 여야 대치상황과 대조적으로 훈훈한 분위기 아래 진행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 당선에 도움이 안 될까봐 제가 친하다는 말은 안했다”며 농을 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 함께 입성한 동기다. 두 사람은 지난해 국회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에서 함께 활동했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가 대표를 맡고 있는 국회의원 연구단체 '한반도경제전략연구회'에도 가입했다.
심우삼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