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교사, 제자 언급하며 “좀 이뻐서”…서울교대 단톡방 추가 폭로

입력 2019-05-09 15:10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에서 여성 학우들을 성희롱한 의혹과 관련해 추가 폭로가 나왔다. 폭로에 나선 서울교대 재학생·졸업생은 해당 남학생들이 초등학교 교육실습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성평등공동위원회(성평등 공동위)는 내부고발자를 통해 입수한 단톡방 내용 일부를 지난 7일 교내 대자보에 공개했다. 여성 신입생의 외모를 평가한 ‘스케치북’을 만든 정황이 포착됐고, 현직 교사인 졸업생이 초등학생을 상대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도 확인됐다.

앞서 국어교육과 소모임에 가입된 남학생들이 2016년 대면식(신입생과 졸업생이 만나는 자리)을 앞두고 여성 신입생의 사진과 개인정보가 담긴 스케치북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외모 평가를 했다는 의혹이 지난 3월 불거졌다. 서울교대는 내부 조사를 거쳐 지난달 25일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지난 8일 심의 결과를 남학생들 측에 통보했다. 조사 대상은 졸업생을 제외한 16·17학번 남학생들로 한정됐다. 최종 징계는 10일 징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남학생들은 조사 과정에서 의혹을 부인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녀 구분 없이 새내기 소개 책자를 만들었고, 졸업생들에게 전달한 것은 사실이나 외모 평가와 성희롱은 전혀 없었다는 취지다.

그러나 성평등 공동위는 이들의 주장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단톡방에 이들이 스케치북을 언급하며 “없애라” “파쇄하라”고 말한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11일 단톡방에서 누군가 “집에 스케치북이 있더라”고 하자 대화 참여자들은 “다음에 보러 가도 되냐” “파쇄해라 빨리” “이번에는 안 하지?” “없애. 하지마”라고 답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졸업생이 제자의 외모를 평가하는 발언도 공개됐다. 이 졸업생은 2017년 3월 15일 단톡방에서 “겉모습은 중학교 3학년인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가 욕설을 할 때 해결책은?”이라고 질문한 뒤, 다른 졸업생들이 조언하자 “근데 이뻐서 좀…저 이쁜 애한테 말 못 하는 거 아시면서”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9일 15~18학번 남학생 24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과방에서 여자친구와 뭐했어?”라고 묻자 나머지 학생들이 “카메라 설치해놨다” “SD카드 찾으러 가겠다” “몰카충” 등 불법촬영 행위를 장난의 소재로 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단톡방 성희롱 의혹이 불거진 후에는 “어차피 안 볼 X들임” “학교 나오면 꼬리표 달리는 것 없어” “아예 기집애들 끼고 놀자” “X신X들 그냥 무시해”라며 문제 제기에 나선 학생들을 조롱하기도 했다.

성평등 공동위는 추가 폭로에 나선 것과 관련해 “(학교 자체조사에서) 내부고발자가 이들의 적나라한 성희롱을 증언했지만 1명의 진술이고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이 교사라는 이름으로 학생들과 만나서는 안 된다”며 “13일부터 2주간 서울시 초등학교에서 실시되는 교육 실습에 현재 조사 대상인 남학생들을 배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교대 측이 경고, 근신 등의 경징계를 내릴 경우 남학생들은 교육 실습에 예정대로 참여하게 된다.

성평등 공동위는 사건에 연루된 재학생들에 대한 재조사와 엄중한 징계, 학내 성평등 센터 건립, 전체 교직원·재학생 대상 성평등 교육 의무화를 요구했다. 교육당국에는 “(단톡방에 참여한) 졸업생들은 재학 중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 차원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현직 교사 신분으로 학급 여학생을 성희롱한 졸업생과 이를 방관한 이들에 대한 수사와 징계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