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변한 꿈… 바르사의 ‘낡은 엔진’ 된 부스케츠

입력 2019-05-09 14:50 수정 2019-05-09 15:10
세르히오 부스케츠. 게티이미지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꿈은 잿빛으로 변했다. 잉글랜드 리버풀에 기적이었고, 바르셀로나에는 참사였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펼쳐진 리버풀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0대 4로 패했다. 1차전 누캄프 홈에서의 3골차 승리가 뒤집혔다.

경기를 끝낸 뒤 스페인 귀국을 위해 리버풀 공항에 들어선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팬들은 비난했다. 팀 전체적으로 공격이 들어맞지 않았지만 홀딩 미드필더로 나서며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했던 부스케츠는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그의 장점인 넓은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보다 느린 순발력이 더 주목됐던 경기다. 상대 공격수인 사디오 마네와 디보크 오리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전반전 받은 옐로카드로 과감한 움직임을 하기엔 부담스러웠던 탓도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속도가 매우 느렸다. 빠르게 전진하는 상대 공격을 전혀 압박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의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8일 잉글랜드 리버풀과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상대 공격수 사디오 마네를 쫓고 있다. 게티이미지

부스케츠는 2007년부터 바르셀로나의 붙박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해왔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가 축구사에서 최정상 미드필더에 오르기까지도 부스케츠의 힘이 컸다. 그들이 후방 빌드업 속도를 위해 라인을 잔뜩 끌어올리면 그 이면의 수비적인 위험을 부스케츠가 감당해줬기 때문이다. 뛰어난 전술 지능을 바탕으로 하프라인 아랫선에서 효율적인 위치를 잡아줬다. 제공권에 강점이 있지도, 킥력이 우수하지도 않음에도 부스케츠가 바르셀로나의 황금기 일원이 됐던 이유는 그래서였다. 정확한 위치선정과 경기를 읽는 뛰어난 지성으로 바르셀로나 중원의 살림꾼 역할을 맡아왔다.

올 시즌 부스케츠를 향한 의심은 끝없이 따라다녔다. 어느덧 31세에 접어들며 무뎌진 지구력과 활동량으로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런데도 부스케츠의 자리는 굳건했다. 그라운드를 관망하는 넓은 시야는 여전했기 때문이다. 전방 공격수들에게 길게 찔러 넣어주는 패스는 단번에 측면 공격을 활성화했다. 바르셀로나 전술상 특수 포지션이었던 만큼 10년 이상 팀에 녹아든 부스케츠를 대체할 선수는 없었다.

결국 약점으로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리버풀전에서 터졌다. 정교함은 무뎌졌고, 속도는 느려졌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지치지 않은 활동량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압박한 리버풀 미드필더진들을 감당할 수 없었다.

부스케츠는 경기가 끝난 후 침울한 표정으로 팬들에게 사과했다. “리버풀의 공격을 막는 데 애를 먹었다. 실점하고 더 심해졌다. 우리도 득점할 기회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팬들에게 사과한다. 지난 시즌 AS 로마전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안타깝다”고 낙담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