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질환을 앓고 있는 5살 친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해 숨지게 하고, 사체를 야산에 암매장한 친아버지와 동거녀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이른바 ‘고준희양 사건’과 관련해 어린 생명을 무참히 짓밟은 반인륜적인 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준희양 친부 고모(38)씨와 동거녀 이모(3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아울러 이들에게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160시간을 명령한 원심도 유지했다.
고씨와 이씨는 2017년 4월부터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앓고 있던 준희양이 잠을 자지 않고 떼를 쓴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했다. 같은 달 24일 거동이 불편한 준희양의 등과 옆구리 등을 발로 밟았다. 이로 인해 준희양은 갈비뼈가 골절됐다.
이들은 준희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 준희양은 25일 오후 11시30분쯤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결국 다음날 오전 호흡곤란 및 흉복부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이들은 27일 오전 2시쯤 이씨 조부모의 묘가 있는 군산시 한 야산으로 이동해 준희양의 시신을 매장했다.
고씨와 이씨는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7년 12월 8일 경찰에 허위로 실종 신고를 했고, 또 지난해 6~12월 양육수당을 허위로 신청해 매달 10만원씩 총 70여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초미숙아로 태어난 준희양은 지속적인 치료도 받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숨졌다”면서 “고씨 등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양육수당까지 받아 챙기고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등 죄책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친부 고씨에 대해 “증거에 비춰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피고인 연령, 성행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면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동거녀 이씨에 대해서도 “이씨는 공소사실 중 위계 공무집행 방해에 대해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나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 2심 재판부는 “고씨의 잔인·냉혹하고 반인륜적 죄책을 동거녀에게 전가한 점 등을 고려하면 경종을 울려야 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씨 역시 가장 오랜 시간 양육하면서 적극적으로 막기는커녕 피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해 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고씨와 이씨에 대해 각각 징역 20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