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7번 국도>를 달리는 한국사회
올해 남산예술센터 시즌프로그램인 연극 <7번 국도>(구자혜 연출, 작 배해률)는 군 의문사와 2003년 수원(기흥)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화학물질로 인한 백혈병으로 사망한(2007) 여성노동자 (故)황유미씨와 동료 피해 가족이야기를 무대로 소환하고 있다. 연극은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는 재벌기업과 피해가족들을 마주 하는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연결해 7번 국도를 달리며 수많은 사회적 참사와 피해가족들을 무대로 환기시킨다. 작가와 피해자들이 각자 방식으로 도로, 군부대, 병원, 광장과 길가로 나서며 침묵의 팻말을 들고 한국사회를 향해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삶을 구자혜 식 ‘무대언어와 말하기’로 투영한다.
산업재해로 인한 죽음과 피해가족들의 고독한 투쟁은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죽음의 실체를 규명 하려는 절규다. 황유미씨 실제 이야기는 2014년에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개봉되면서 사회적 참사의 비극을 한국사회 문제로 점화시켰다. 보상을 거부하고 천막농성에 들어간 삼성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해 11년 만에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기업의 공식적인 사과를 받아내고 ‘중재판정 이행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사회적 참사의 망자의 영혼과 피해가족들은 눈물을 닦았다. 여전히, 한국사회 도로는 죽음의 진실과 실체가 규명되지 않고 있는 산자와 망자가 눈물로 달리는 도로다. 1998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초소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고 김훈 중위의 의문사는 여전히 풀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김훈 중위뿐인가. 군대폭력, 총기사고, 타살 흔적으로 여전히 죽음의 실체를 밝히지 못하는 망자(亡者)가 된 영혼과 삼풍백화점과 성수대표 붕괴, 수많은 산업재해의 의문의 죽음, 대구지하철화재사건, 정치적 의문사, 국가폭력과 열사의 죽음, 천안함 사건과 세월호 대형 참사는 올해 5주기가 되었는데도 진상규명은 더디다. 영혼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 도로를 떠날 수 없고 피해자 가족들은 한국사회 도로를 마르지 않는 눈물로 지켜서고 있다. 역사의 품으로 박제된 ‘의문의 죽음’은 단절되거나 청산되지 못한 채 시간 속으로 흩어져 있고 망자영혼을 안고 달리는 한국사회 국도는 덜컹거리며 달리고 있다.
연극 <7번 국도>를 떠나지 못하는 망자의 유령(주영)과 황유미씨 죽음, 반도체 공장 사건의 실제 피해가족들이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고독한 투쟁을 벌이며 살아가는 도로는 과거와 현재에도 사회적 참사로 죽은 망자의 영혼이 떠도는 한국사회 국도다. 택시를 몰며 국가와 기업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며 도로 위를 달리는 동훈(이리 분)은 눈발이 날리는 7번 국도 길가에서 군복을 입은 주영을 태우고 ‘귀신’ 이야기를 꺼낸다.
“그 얘기 알아요? 여기 이 7번 국도에 군복 입은 귀신이 많데요.(중략) 그때 죽은 군인들이 밤만 되면 그렇게 집에 데려다 달라고 차를 세운다는 거예요. 우리같이 택시 하는 사람들이야 세워달라고 하면 세워주니까. 대게 그 귀신들 보는 게 우리거든.”
억울하게 죽은 망자의 귀신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 놓고 마주 할 정도로 동훈의 삶은 죽음에 익숙해 있다. 연극은 사회적 참사로 인한 죽음과 피해가족들이 살아가는 삶으로 포개진다.
◇남산예술센터의 <초고를 부탁해>, 구자혜의 <7번 국도>
<7번 국도>는 남산예술센터 창작희곡 투고 시스템 <초고를 부탁해>(2017)를 거쳐 지난해 <서치라이트>로 낭독공연으로 발표 되면서 올해 시즌프로그램으로 공연된 작품이다. 남산예술센터가 발굴한 신진 작가와 여기는 당연히, 극장을 통해< 킬링타임>, <윤리의 감각>, <가해자 탐구-부록:사과문작성가이드>, <그로토프스키 트레이닝> 등 재현의 일상을 허물고 극적 일루전을 파괴하며 구자혜식 말하기의 반복성으로 언어적 메타연극을 선 보여오고 있는 구자혜와 현실의 실존인물과 사건을 허구적 재현의 방식으로 희곡을 구성하고 있는 이 작품의 ‘화학반응’이 어떻게 점화 될지 낭독공연 부터 관심을 모았다.
구자혜에게 극장은 탈일상성을 들어내고 재현성이 파괴되는 신성한 놀이의 공간이다. 배우의 말(대사)는 극한 발화 상태로 내몰려 감정의 내·외면을 응축하고 표면의 감정을 물화(物化)시킨다. 극장 공간에서의 발생되는 연극적 허구의 행위와 치장된 언어는 존재하는, 존재할 수 있는 실재를 들어낼 수 없으며, 재현의 삶과 현실의 투영을 넘어서는 행위와 언어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극장으로 발화 되었을 때 구자혜의 ‘말하기’는 또 다른 실재와 실존, 진실의 언어로 치환된다. 이번 연극에서도 구자혜식 ‘말하기’는 실제 사건을 차용하고 있는 파편화된 옴니버스를 구자혜식 탈일상성의 표현과 말의 타격으로 무대를 허물고 배우의 말하기는 일상과 탈일상성의 경계를 활보한다. 극중 인물은 말에 리듬이 없는 ‘소리치기’의 극한 발화상태로 허공을 타격하고 수평적 마주보기 대화는 절제되어 있다. 수직적(垂直) 대화는 공간과 장면의 거리에 따라 분화 시키고, 배우들은 무대 바닥을 종(縱)과 횡(橫)으로만 달리며 7번국도를 연결한다.
무대는 죽은 자와 산자가 뒤섞여 있는 공간이다. 죽음의 도로를 연상하게 하듯 무대 좌측에는 형체가 구겨진 자동차와 후면에는 7번국도 사고현장을 튕겨 나온 바퀴, 핸들, 카시트, 범퍼, 죽거나 살아있는 자들의 소지품들이 널려져 있다. 파편이 되어 길바닥에 누워 있는 찢겨진 차(車)의 잔해와 침묵으로 도로에 박혀있는 소지품은 7번국도로 튕겨져 참혹한 죽음의 잔해들로 차선 윤곽을 그려낸다. 빼낼 수 없는 죽음의 영혼들이다. 마치, 모 방송프로그램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사건현장을 재현해 놓은 것처럼. 연극 <7번국도>는 시공간의 변화를 연극적인 장치로 설명하지도, 과거와 현재의 경계도, 장면전환과 무대의 구조물도, 특정한 장면을 도려내는 미학적 미장센도 없다. 연출 구자혜가 바라보는 작품의 시선은 죽음의 7번 국도를 상징하는 미니멀한 무대와 종과 횡으로 이어지며 장면을 연결하는 동작과 움직임, 배우들의 ‘말하기’로 터져 나오는 울림의 무게로 측정된다. 7번 국도는 6,25 전쟁부터 수많은 군인들이 죽어나가고 무덤으로 둘러싸여 군복 입은 귀신들이 택시를 잡아타는 죽음의 영혼이 떠도는 도로로 설정된다. 이 도로 사이로 사회적 참사의 죽음과 한국사회와 대기업을 향해 돌진하는 소리들을 불러낸다.
연출은 이번 연극에서 실존인물과 성별을 바꾸었다. 속초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딸의 진상규명을 위해 11년 동안 산업재해 피해가족들을 대표해 ‘반올림 시민단체’로 활동해온 아버지 (황상기)는 피해자 엄마인 극중 인물 동훈(이리 분)으로 설정했다. 상근예비역으로 군 생활을 하면서 의문사로 죽어간 주영(전박찬 분)의 여자 친구로 분한 기주(박수진 분)은 초고단계에서는 어머니로 그려졌다.
연출은 극중 인물과 실존인물의 젠더의 변화를 “희곡에서는 세상을 향해 싸우고 있는 존재도 남자, 주영이라는 인물도 남자다. (중략) 기주역은 원래 주영의 어머니 였는데 희곡을 읽을 때 전형적인 모성을 대변하는 존재로 다가섰다. 희곡의 메인 인물들이 만성으로 배치되어 있고 여성인물도 존형적인 여성상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 한번 바꿔보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다”고 공연 팜플렛 작가와 연출의 대화에서 말하고 있다.
◇죽은 자, 산 자를 연결하는 도로
무대 배경이 되는 곳은 강원도 속초와 인접한 7번 국도와 피해자 가족들이 기업과 사투를 벌이며 산업 재해로 쓰러져간 반도체 공장 인근 ‘수원’으로 연결된다. 속초 사람인 22살의 주영은 군복을 입고 7번 국도에서 동훈이 몰고 가는 택시를 잡아탄다. 두 사람의 대화는 수직으로 이루어지고 일상적인 대화도 구자혜식 ‘말하기’로 전달시킨다. 감정 크기가 달라질수록 극장으로 퍼지는 배우의 말은 내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발화된 상태가 되고 시간의 변화나 공간 이동과 배우사이의 거리에 따라 말하기 속도는 조절된다.
두 사람의 대화는 6,25 전쟁부터 쌓여져간 7번국도 인근의 무덤들, 간혹 귀신이 나타나 택시를 세워 달라고 하는 얘기들을 쏟아 놓을 때 까지 주영이는 동훈이가 말하는 죽은 자의 혼령이 생전 모습으로 나타난 유령인줄 눈치채지 못한다. 작가의 이러한 설정은 연극적인 장치도 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사회는 사회적 참사로 죽은 자가 넘쳐나는 7번 국도를 상기 시켜낸다. 작가적 허구로 속초에서 상근예비역으로 근무하는 주영과 동훈을 연결시키는 것은 동훈과 같은 나이인 딸(이지영)의 죽음과 기억으로 시작된다.
주영은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해 수원에서 일하다가 죽은 동창 얘기를 꺼내고 “공부라도 더 했으면 안 죽었을지도 모를텐데, 그쵸?” 하며 죽은 동창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주영에게 사계절은 “가을이 없는 여름, 존나 여름” “겨울, 존나 겨울”이 되는 속초이며 여전히 과거, 현재에도 죽은 자의 영혼이 떠돌고 죽은자의 파편이 흩어져 있는 7번국도다. 온전한 계절의 없음은 인간에게 고단한 삶이다. 3월까지 눈이 내리는 7번국도 속초는 사회적 참사를 바라보는 차디찬 사회적 시선이다. 가을을 건너뛴 동네는 사람의 온기가 닿지 않아 쉴 수 없는 절망의 은유다.
연극 <7번국도> 는 2장부터 피해자들의 삶을 포개놓는다. 거대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한 피해가족들의 질긴 싸움은 죽음을 뒤로하고 싶은 고단한 침묵의 시위다. 삶의 현실과 죽음의 경계에서 선 동훈을 바라보는 아버지 민재(최요한 분)는 “공장 앞에 가서 죽치고 서 있다고, 우리 지영이가 살아 돌아와? 응?(중략) 우리 지영이 여기 없어, 없다구”라며 소리 내고 동훈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죽고 그랬는데 (중략) 썩을 것들은 아직도 공장을 돌려. 지영이 같은 애 한명이라도 더 줄여야 할 것 아니야”라고 응수하는 장면에서는 산업재해로 쓰러져간 죽음을 끌어안는다. 11년 동안 대기업을 상대로 보상도 거부한 채 ‘산업재해자’의 진실을 규명하고자 삶의 일부를 내려놓고 살아가는 피해가족들의 이야기를 담담한 시선으로 쌓아올린다.
남산예술센터 극장을 달리는 <7번국도>는 황유미씨와 아버지 황상기씨의 ‘피해자다움’의 삶을 조명하고 있지만 주영과 기주를 중심으로 군의문사 사건을 병치시켜 한국사회의 사회적 참사로 인한 죽음, 가해자, 피해가족들의 다수를 환기시킨다. 택시운전을 하며 속초와 수원을 달리며 수원공장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며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인 용선(권은혜 분)과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시위는 연속되지만 병실에 누워 있는 용훈을 바라보며 시위현실에 지쳐가는 누나는 용훈의 장례식장에서 민재를 향해 “아까 그 사람들도 왔다 갔어요. 부조도 하던데..(중략) 너무 많이 들어 있을까 걱정했어요” 마음을 꺼내놓고 민재는 “많이 들었음 좋지”한다. 보상문제와 현실의 경계에서 지치고 나약해져가는 피해자 가족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는다. 동훈은 “그냥 피하고 참는 것도 방법이라고, 견디면 지나갈 것이라고”한 주영이 말의 흔들림에도 여전히, 7번국도를 달리며 사회적 참사 피해가족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들어낸다.
<7번국도>는 7장까지 군의문사로 대한민국 7번국도를 떠나지 못하는 망자의 유령을 탑승시켜 삼성반도체 공장 피해가족들과 지영이의 죽음, 생존의 삶의 단편들을 꺼내 놓고 8장 추모공원 장면부터 파편화된 장면들을 현재로 되돌리며 주영과 지영의 묘(墓)로 설정 된 공간에서 두 사람의 만남으로 주영은 죽은 자 임을 눈치 채게 된다. 기주는 죽은 주영이의 몸에서 멍이 열군데 넘게 구타의 흔적이 발견 되었는데도 군 의문사의 죽음의 진실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채 죽은 망자가 넘쳐나는 한국사회 7번국도를 밝히고 기주는 동훈을 향해 “(중략) 나는 끝 까지 싸울거예요. 누가 포기하든 말든 남이사, 여기가 됐건, 어디가 됐건, 더 이상 그 새끼들이 사람 못 죽이게 끝까지...지옥 끝까지 쫒아갈거예요. 적어도 나는, 그럴 거예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주영이를 태우고 달리는 작가의 능청스러움도 발칙하지만, 망자의 유령을 태연하게 대화하는 동훈은 여전히 사회적 참사의 죽음과 익숙해져 있고, 주영의 군의문사는 “가을이 없는 여름 존나 여름” “겨울, 존나 겨울” 처럼 진실 규명이 더딘 사회적 시선이며, 인간의 온기가 7번국도로 닿지 않는 한국사회의 계절이다.
◇<7번 국도> 말하기와 표현 방식
구자혜는 일상적인 대사와 재현적 행위, 감정을 파괴하고 지극히 극장안에서 일어나는 신성한 연극적 놀이가 되고 극장안의 놀이성은 ‘말의 잔치’의 불꽃으로 점화 되고 전소된다. 배우의 말하기는 극한의 상태로 점화되고 시선, 대화, 대사의 감정, 행동과 행위, 인물의 상태를 일상감정으로 전달되는 것을 경계한다. 말로 입혀지는 감정의 체온과 배우의 몸은 감정과 거리감을 유지하고 진실로 치장된 배우의 체온과 언어는 탈일상성, 탈재현으로 형태를 이루며 극장은 소리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극장에서 전달되는 배우의 소리는 진실인척 무장해 감정을 현혹하는 달콤한 소리의 멜로디와 감정이 실린 리듬의 선율이 아니라 구자혜의 말하기 방식과 언어는 부딪쳐 진실이 깨지고 분열되어 의미가 재생산 된다.
이번 <7번 국도>는 전작 작품과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주영과 동훈은 구자혜의 말하기 방식을 취하고 동훈의 남편 민재, 기주(박수진 분), 용선은 일상적인 말하기로 감정을 전달하고 있다. 죽음의 실체와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인물의 소리는 극도의 발화된 상태로 동훈과 주영은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장면분할과 인물들의 시공간의 차이에 따라서는 소리를 조절해 현실의 일상과 탈일상성의 경계를 조절한다. 현실과 무대로 불어오는 등장인물의 사이는 다르다. 현실에서 일상적인 대화와 감정으로 진실을 상대방에게 말한다고 했을 때 그것은 온전히 전달하는 자의 태도이며 표현의 방식이 될 수 있다.
감정의 소리는 상대가 감정을 받고 타격을 받았을 때 성립된다. 말은 의미를 생산하고 전달되는데 말의 껍질을 깨고 나온 의미의 형태소는 다르게 해석된다. 또한 연극적 재현 방식으로 무대로 구현되는 삶과 등장인물 인생에서 터져 나오는 대사와 화법, 감정은 현실의 닮음으로 연속되지만 극장의 특수한 공간에서 점화되고 발화되는 인물의 말과 행동(몸)의 표현양식에서 전달되는 감정의 소리는 일상현실에서 체득된 상태로 받아들이게 된다. ‘저렇게 말하고, 행동하고, 감정을 들어내고 전달되었을 때’ 삶의 익숙한 전경과 감정이 내포 되었을 때 믿게 된다. 재현의 연극은 믿음에서 출발하는 연극이다.
그러나 구자혜식 언어적 메타연극은 이러한 재현의 언어를 해체한다. 구자혜의 말하기의 표현성은 감정을 절제한 극한의 상태로 발화되고 껍질을 깨고 나온 의미 안에서 의미가 생성된다. <7번 국도>도 이러한 의미에서 배우의 말하기를 이해할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를 향해 사회적 참사의 가족과 피해자들이 극한의 소리를 쳐도 이들을 향해 시선을 돌리지 않는 더딘 사회구조다. 보상과 합의를 유혹하는 가해자의 달콤한 일상적 말의 진실은 공허하고 의미를 생산해 낼 수 없는 소리들이다. 구자혜는 극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구현되는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삶을 배우의 반복적인 발하기, 대사의 운율과 리듬이 파괴된 소리치기, 감정교감의 일탈, 일상대화와 행동의 불신, 말의 반복적 행위, 말의 혼선과 불통, 말을 극한상태로 내몰고 발화 시키는 종착(終着)점은 실재를 담아내는 재현적 허구성으로 치장해 삶과 인생을 이해시키고 감동시키는 설득의 연극적방식이 아니라 극장, 당연히 여기는 극장에서 일어나고 일어 날수 있는 신성한 의식행위 처럼 보인다.
마치 고대 주술사가 신전에 올라 신과 교신 하기 위한 ‘주술언어’ 처 럼. 말의 온도를 측정할 수 없는 ‘말’의 뱉음은 극장 공간을 부딪치며 분열된 언어로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말의 치장과 허물을 벗고 생성하는 원시적 진실의 언어로 표상(表象)하고 파장된 은유로 진동한다. 구자혜에게 극장공간은 재현을 통해 실재하는 세계를 담아내는 것은 연극적 현혹이며 재현을 차단하고 여기는 당연히, 극장의 말하기의 방식으로 존재, 진실, 감정, 행동, 메시지를 함축한다. 구자혜 연출에게 말로 현혹시키는 언어는 진실을 가장하고 치장된 언어이며, 재현성과 허구적 상상으로 그려지는 극적 일루전의 무대 환영을 깰 수 있는 극장은 날것 그대로의 말로 전달되는 의식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번 <7번 국도>는 낮선 표현방식으로의 말하기와, 신진작가 배혜률이 바라보는 산업재해나 사회적 참사의 가족과 피해자들이 살아가는 한국사회의 시선을 극장으로 담아내는 구자혜식 말하기가 이번<7번 국도>에서 어느 정도 숙성되고 발화된 의미로 전달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연극은 다수의 연극이다. 즉, 극장에서 표현되는 다른 언어가 공감과 설득이 이루어졌을 때 현실을 타격하고 각자 방식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읽게 되지만 형식에 소리가 터져 나올 수 없다면 그것은 연극 실험실에서 숙성을 거치고 있는 말 폭탄이다. 남산예술센터에서는 5월15일부터 26일까지 2019 시즌프로그램 ‘명왕성에서’가 박상현 작, 연출로 공연된다.
대경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