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그의 거취에서 변수가 될 듯하다.
토트넘은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열린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3대 2로 승리했다. 다음은 결승이다. 다음 달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잉글랜드 리버풀과 격돌한다.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은 1882년 창단 이래 지난 137년 역사에서 처음이다. 현재의 선수단이 구단의 역사가 된 셈이다. 에릭센은 아약스를 꺾은 뒤 “우리는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 감격스럽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이어 “리버풀은 자주 만났던 상대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전혀 다른 경기가 될 것이다”며 “3주라는 시간이 남았다는 점은 우리에게 매우 긍정적이다.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올여름 에릭센의 이탈은 기정사실로 되는 분위기였다. 그가 발전 없는 선수단과 낮은 주급체계에 불만을 품고 구단과의 재계약을 차일피일 미뤄왔기 때문이다. 토트넘과 에릭센의 계약은 내년 여름 만료된다. 에릭센이 끝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토트넘은 1년 후 이적료 한 푼 없이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 다가올 여름이 몸값을 받아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에릭센은 보스만룰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다른 클럽과 자유롭게 이적에 관한 협상이 가능하다.
에릭센을 원하는 굴지의 클럽들은 많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굴지의 클럽들이 에릭센에게 손길을 뻗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절대 강호 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이 유력한 그의 차기 행선지로 꼽히고 있다. 이 중 영입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는 것은 레알이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에릭센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알은 황혼기에 접어든 루카 모드리치의 뒤를 이을 선수가 필요하다.
에릭센은 하프라인 윗선의 전진된 위치에서 전방과 측면을 아우르는 날카롭고 짧은 스루패스가 장기인 선수다. 경기 조율 능력 역시 훌륭하다. 공격의 기동성과 역습 속도를 중시하는 토트넘에는 대체 불가한 존재다. 중원 빌드업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토트넘이 얇은 선수단을 가지고도 호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에릭센의 공헌이 컸다. 시즌 끝에 접어들며 경기력 기복을 겪긴 했지만 별다른 부상 없이 시즌 내내 자리를 지켰다. 손흥민이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19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으로 떠났을 때도,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가 부상으로 신음하던 때도 에릭센은 홀로 중원에서 싸워왔다.
에릭센의 이적설을 뒷받침하는 근본적 이유는 토트넘에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한 열망과 역량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면 얘기는 다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 에릭센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다가올 여름에 알 수 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