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통해 현 진단 기준상 고혈압 전(前)단계로 나왔다고 안심해선 안 되겠다. 정상 혈압 그룹에 비해 뇌경색 발생 위험이 1.7배, 뇌에 미세출혈 발생 위험은 2.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혈압이 아니라고 그냥 넘길게 뇌 건강 상태를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보라매병원 신경과 권형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진호 교수팀이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sion)에 해당하는 건강한 성인들에게서도 대뇌 소혈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고혈압은 심·뇌혈관 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크게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고혈압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2017년 미국심장학회 및 심장협회가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기존보다 강화하기도 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전히 기존의 진단 기준(수축기혈압 140㎜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Hg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2006~2013년 서울대병원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한 평균 56세의 건강한 성인 2460명의 뇌 MRI 영상 및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고혈압 전단계와 대뇌 소혈관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고혈압 전단계로 진단된 환자 가운데 뇌백질 고신호 병변, 열공성 뇌경색(본격적이 뇌 경색 오기 전 발생하는 일종의 작은 뇌경색), 뇌 미세출혈 및 확장성 혈관주위 공간 등 대뇌 소혈관병의 발생 위험을 분석한 결과, 뇌백질 고신호병변, 열공성 뇌경색, 뇌 미세출혈에서 뚜렷한 연관성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도 열공성 뇌경색의 경우 정상혈압 그룹에 비해 고혈압 전단계 그룹에서 발병 위험이 1.7배 가량 높았다. 뇌 미세출혈 발생 위험은 2.5배나 높은 것으로 확인돼 고혈압 전단계에서도 뇌 소혈관 질환 위험이 크게 높아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고혈압 전단계에서 높은 위험을 가진 것으로 확인된 병변들은 그동안 주로 고혈압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질환으로 인식되던 것들이다. 기존 진단 기준을 통해 고혈압 전단계로 판정받은 환자들도 뇌 소혈관 질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준다.
권형민 교수는 “기존 고혈압 가이드라인을 통해 고혈압 전단계 진단을 받은 경우에도 뇌 소혈관 질환 위험은 크게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며 “고혈압 전단계는 안심해야 할 단계가 아닌, 적극적인 초기 관리가 필요한 단계로 인식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추가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4월호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