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모우라의, 루카스 모우라에 의한, 루카스 모우라를 위한 경기였다.
네덜란드 아약스의 홈구장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의 주인공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모우라였다. 그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토트넘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이끌었다. 그동안 준수한 활약에도 주력 공격진 4인방에게 밀려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던 설움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모우라는 2017-2018 시즌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당시 모우라는 2013년 PSG에 입단한 뒤 매 시즌 30경기 넘게 출전했다. 2016-2017 시즌에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네이마르와 킬리앙 음바페가 합류하며 급격히 입지가 줄어들었다. 모우라는 이적 후 “내가 왜 뛰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토트넘으로 이적한 뒤에도 모우라는 주전으로 발돋움하지 못했다. 모우라와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들은 이른바 ‘D·E·S·K’라는 막강한 공격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D·E·S·K’는 델리 알리(D) 크리스티안 에릭센(E) 손흥민(S) 해리 케인(K)의 이니셜로 조합한 토트넘의 공격진 4인방을 말한다. 결국 모우라는 교체 6경기를 포함 11경기에 출전해 1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모우라가 2018-2019시즌도 출전기회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D·E·S·K’는 견고했다. 하지만 ‘D·E·S·K’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알리, 에릭센, 케인은 번갈아 부상으로 쓰러졌다. 오직 손흥민만 건재했다. 모우라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올 시즌 모든 대회 통틀어 47경기에 출전해 15골을 기록했다.
‘D·E·S·K’가 빠진 자리를 채우며 공격진을 이끌던 모우라의 진가는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전반전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모우라는 후반전 들어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인생 경기를 펼쳤다.
두 번째 골은 단연 백미였다. 모우라는 아약스 골키퍼를 맞고 흘러나온 공을 점유했다. 좁은 공간에서 세 차례의 드리블을 성공한 뒤 왼발 슛으로 골망을 뚫었다. 아약스 수비진은 모우라의 발밑을 허망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에서도 특유의 드리블 돌파가 빛났다.
모우라는 경기가 끝난 직후 트위터에 “하나님과 함께라면 불가능할 게 없다(For with God nothing shall be impossible)”고 적었다. 이 경기에서 불가능할 게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모우라였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