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가 울산대교에서 투신 소동을 벌이다 5시간 만에 구조됐다. 현장에 투입된 경찰 협상팀은 모녀를 설득하기 위해 딸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갔고, 그제야 닫힌 문을 열고 대화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남구 울산대교에서 7일 오후 4시30분경 자살 소동이 벌어졌다. 30대 여성이 10대 딸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겠다며 다리에 아슬아슬하게 섰다. 경찰은 곧장 협상팀을 투입했고 높이 60m에 선 모녀를 5시간 가까이 설득한 끝에 저녁 9시30분경 구조에 성공했다.
경찰과 대치하던 모녀의 마음을 녹인 건 경찰이 조심스럽게 부른 딸의 이름이었다. 김유미 울산지방경찰청 위기협상팀 경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모녀는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엄마는 계속 울고 있어 접근하는 것조차 위험했다.
김 경장은 서두르지 않고 모녀와 10m 이상 거리를 유지하면서 앞서 현장에 도착해 설득에 돌입했던 손영석 동부경찰서 전하지구대 경위와 힘을 합쳤다. 이들이 합심해 모녀에게 말을 건넸으나 엄마는 “힘들다”는 말만 반복하며 오열했다. 엄마가 감정을 배출할 때마다 협상팀은 “괜찮다”며 다독였다.
협상에 돌입한 지 시간이 꽤 흐른 시점에도 구조에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모녀에 대한 신상정보가 전혀 없어 더 조심스러웠다. 그 때 또 다른 협상팀 요원인 김치혁 경장이 기지를 발휘해 모녀가 타고 온 차량을 수배하고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다. 다행히 차량에서 확보한 수첩에는 이들 모녀와 아버지 등 가족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는 수첩 내용을 다리 위 협상팀에 전달했다.
김유미 경장은 수첩을 확인한 뒤 딸을 쳐다보며 “○○야”라고 이름을 불렀다. 지금까지 아무런 미동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던 중학생 딸이 살짝 놀란 기색을 보이며 김 경장을 바라봤다. 엄마도 그제서야 협상팀을 쳐다봤다.
김 경장은 자신은 ‘언니’라고 지칭하면서 수첩에 적힌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족여행이나 추억을 상기시키는 과정이었다. 10m였던 거리는 2m이내로 가까워졌다. 김 경장이 “곧 어버이날인데 가족과 맛있는 음식이라고 먹어야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거니 딸이 난간을 넘어 다리 안쪽으로 들어왔다. 딸의 안전은 일단 확보된 셈이었다.
딸은 아빠와 통화를 원했다. 스피커폰으로 연결된 통화에서 아빠는 딸에게 “괜찮다. 엄마와 집으로 와라”라고 말했다. 김 경장에 따르면 그 순간 딸이 흔들렸다. 이후 딸은 엄마를 향해 “엄마, 나 이제 괜찮아”라고 말했다. 딸의 모습을 바라보던 엄마 역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이후 협상팀의 부축을 받으며 다리 안쪽으로 구조됐다.
모녀는 가족 문제로 투신기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고 때문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