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요렌테의 포효, 하늘에 울려 퍼지다

입력 2019-05-09 11:00
페르난도 요렌테가 9일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후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 9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아약스와 가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다. 토트넘은 공격진의 활약을 앞세워 3대 2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점수에서 3대 3 동률이 됐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에 진출했다.

요렌테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전장에 투입됐다.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던진 승부수였다. 토트넘이 결승에 오르기 위해서는 후반전에 3골 이상이 필요했다. 요렌테 투입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지공 상황이 아닌 공중에서 특히 그랬다. 후반을 뛰며 17차례 뜬공 다툼에서 13회 승리했다. 올 시즌 네덜란드를 넘어 유럽 전체가 주목하는 중앙 수비수로 성장한 주장 마타이스 데리트 역시 제공권 싸움에서 요렌테를 이겨내지 못했다.

중앙에서 요렌테가 공중을 장악한 덕에 루카스 모우라에게 기회가 생겼다. 요렌테의 높이가 호시탐탐 측면에서 기회를 엿보던 모우라에게 기회를 줬다. 그간 포체티노 감독이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없는 상황에서 종종 쓰던 전략이었다. 요렌테가 포스트 플레이나 세컨드 볼을 통해 손흥민과 모우라에게 득점 찬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때 손흥민과 모우라를 양 측면에 간격을 좁게 배치해 전방 압박을 수행하게 한다.

페르난도 요렌테가 9일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상대 수비수와 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게티이미지

해트트릭을 기록한 모우라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토트넘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요렌테의 제공권 장악과 연계 능력이 선결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은 자명하다. 후반 14분, 팀의 두 번째 골도 결국 요렌테의 발에서 시작됐다. 요렌테는 키에런 트리피어의 크로스를 받아내 연속으로 슛을 했다. 상대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가까스로 쳐내긴 했지만 수비진은 확실하게 걷어내지 못했고, 이는 모우라에게 향했다.

요렌테는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에 힘을 보탰다. 무사 시소코가 내준 공을 침착하게 델레 알리에게 건넸고, 모우라는 알리의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터뜨렸다. 진출을 확정 짓는 모우라의 마지막 득점이 터지자 요렌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라운드에 포효했다.

요렌테는 경기를 끝낸 뒤 “전반전을 마쳤을 때 탈락이라고 생각했다.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모든 것을 쏟았고 승리했다”고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모우라에게 축하를 건넨다. 그가 경기에서 이길 수 있게 도와줬다”며 승리의 공을 모우라에게 넘겼다.

결승 상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꺾고 선착한 잉글랜드 리버풀이다. 다음 달 2일 스페인 마드리드 에스타디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빅이어’를 놓고 맞대결을 치른다. 요렌테의 선발 출전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케인은 “결승전에서 보여주겠다”며 복귀를 예고했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