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과 사자왕이 암스테르담의 기적을 연출했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승리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역량과 베테랑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의 공격 본능이 빚은 결과였다.
토트넘은 9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요한 크루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원정경기에서 아약스를 3대 2로 격파했다. 지난 1일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홈 1차전에서 0대 1로 패배했지만 원정 2차전 승리로 최종 전적 1승 1패, 최종 점수 3대 3으로 맞섰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결승 진출권은 토트넘의 몫이 됐다. 이 극적인 승리는 포체티노 감독과 요렌테의 환상적인 컬래버레이션이 있어 가능했다.
토트넘은 전반전만 해도 아약스에 지배를 당했다. 아약스는 ‘토털 사커’를 세계에 전수한 레전드 요한 크루이프의 정신을 계승이라도 하듯 조직력을 앞세워 토트넘의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수비에서도 토트넘을 압도했다. 전방 압박을 성실하게 수행했다. 토트넘은 아약스의 벽에 가로막혀 전방으로 진출하지 못했다.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의 개인기에 상당수 의존한 토트넘 공격진은 아약스에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아약스의 조직력은 결국 득점을 만들었다. 아약스의 간판 수비수 마타이스 더 리흐트는 전반 4분 헤더골을 넣었고, 윙 포워드 하킴 지예흐는 전반 35분 왼발슛으로 추가골에 성공했다. 전반전은 아약스가 2-0으로 앞선 상태에서 끝났다.
토트넘에 남은 정규시간은 45분. 후반전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이때만 해도 아약스 선수와 팬들은 다가올 악몽을 알지 못했다. 포체티노 감독의 매직쇼가 시작됐다.
포체티노 감독은 전반전에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던 중앙 미드필더 빅터 완야마를 공격수 요렌테로 교체했다. 결승전 진출을 위해 세 골이 필요했던 포체티노 감독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교체는 적중했다. 토트넘 공격진은 전반전만 해도 일대일 돌파를 거의 성공하지 못했다. 아약스 수비진의 개인 능력은 출중했고 조직력은 끈끈했다. 토트넘에 새로운 공격 방법이 필요했다. 이 해법을 가진 키플레이어가 바로 요렌테였다.
요렌테에게 주어진 임무는 잡은 공을 포스트 플레이로 활용해 지켜내고 다른 선수들에게 연결해주는 것이었다. 이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아약스의 중앙 수비수 대니 블린트, 데 리흐트는 요렌테 앞에서 진땀을 뺐다.
그 결과, 토트넘 공격진의 활로가 뚫렸다. 아약스의 중앙 수비수들은 요렌테를 막기 위해 대열을 이탈했다. 이 틈을 루카스 모우라나 델레 알리 같은 토트넘 공격진이 파고들었다.
알리가 후반 8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으로 때린 슛은 요렌테가 있어 가능했다. 요렌테가 블린트를 끌고 나오자 아약스 수비진의 집중력은 떨어졌고 알리에게 공간이 생겼다.
요렌테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던 장면은 모우라의 마지막 골이었다. 토비 알데베이럴트의 롱패스는 요렌테에게 향했다. 데 리흐트는 요렌테를 견제하기 위해 따라갔다. 데 리흐트가 건드린 공은 알리에게 향했다. 알리는 침투하는 모우라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슛은 데 리흐트의 발을 살짝 스쳐 골망을 흔들었다. 요렌테가 없었다면 데 리흐트가 자리를 이탈하지 않았을 것은 분명한 일이다.
박준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