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전략을 계속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초점은 북한 비핵화에 있다”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한국이 그 부분으로 진행해 나간다면, 우리는 개입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의 발언을 놓고 엇갈린 해석이 나왔다.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방침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반면, 한국이 굳이 식량 지원에 나서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는 방관의 뜻이라는 주장도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도 대북 인도적 지원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이끌고 있는 미국 입장에선 대북 식량 지원을 대놓고 환영할 수없는 한계가 있다”면서 “‘개입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을 북·미 비핵화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해선 대북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한국 정부에 공을 넘겨 북한 설득 노력을 지켜보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식량은 대북 금수 품목은 아니지만 식량 지원이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약화시키는 구멍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강력하게 대북 식량 지원을 요구하니, 마지못해 수용하면서 ‘개입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대북 정책과 관련해 국내외 여론을 의식,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불분명한 메시지를 꾸준히 내보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의 애매한 표현으로 불필요한 혼란이 발생한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7일 밤(한국시간) 한·미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지지했다고 밝혔다.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9일 청와대를 방문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또는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만나 대북 식량 지원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비건 대표가 누굴 만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