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한 미사일 넘어 식량지원 통한 출구전략에 ‘초점’

입력 2019-05-08 17:19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신형전술유도무기 발사에도 불구하고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테이블 재개에 나섰다. 다만 미국이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가능한 비핵화(FFVD)라는 비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규모 면에서 ‘식량지원’ 카드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비해 미비한 점을 고려할 때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대북 식량 지원 방안과 관련해 “이제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 단계다. 시기나 방법이 확정된 게 없다”며 “(우리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지 혹은 기구를 통한 지원이냐의 문제를 포함해 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결과물이 나오면 해당 부처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찾아 “한·미 정상간 통화내용과 관련해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통일부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준비하기 위해서 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후 비핵화 협상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미국이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은 하지 않고 있다.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신호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정상은 북한의 발사체를 언급하는 대신 식량 지원을 통해 출구전략을 찾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양 정상은 지난 7일 통화를 통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뤘다.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오는 9일 청와대를 방문해 이 문제를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을 방한 시기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비건 대표는 카운터 파트인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동하는 데 이어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2017년 남북협력기금 800만달러(약 90억원)를 WFP와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공여하는 방식의 대북 인도지원을 추진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지원은 결국 무산됐다. 정부 차원의 대북 지원은 2015년 12월 유엔인구기금 사회경제인구와 건강조사 사업에 80만달러를 지원한 게 마지막이다.

다만 북한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백악관은 7일(현지시간) 한·미 정상 간 통화에 대해 “두 정상은 북한의 최근 진행 상황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 달성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 브리핑에는 관련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FFVD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대화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면서 조기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 이런 말들에 모든 것들이 포괄적으로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대화 재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남·북·미 대화 재개가 이뤄질 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