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추가 인상 방침을 밝히자 중국은 협상에서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등 강경 모드로 바뀌고 있다고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7일 위챗 계정에서 “우리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누가 요구하지 않아도 할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의 양보에 대해 “생각하지도 말라”고 경고했다. 논평은 “미국이 어떤 요구를 한다해도 우리에게 불리한 것들에 대해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평은 이어 “(무역전쟁 초기) 중국의 저자세적 접근은 중국이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어떻게 하든 우리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논평은 중국 협상단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계정인 타오란 노트(Taoran Notes)에 먼저 실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중국 협상팀이 제시한 추가 양보안을 거부했다고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협상단에 “모든 가능한 결과에 대해 내가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결과 중국 협상단은 미국 측에 종전보다 후퇴한 안을 제시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격분해 ‘관세 추가 인상’ 방침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약속을 어겼다”며 오는 10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으로 지난 6일 중국 증시가 폭락했으나 중국 매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고, 위챗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도 트윗 내용 게시물이 검열로 삭제됐다.
중국이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최근 중국 경제의 여러지표가 호전되고 있는데다 미국에 지나치게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돼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 1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6.4%를 기록했고, 산업생산은 전년대비 8.5% 급증했다.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민일보는 8일 사설 격인 ‘종성’에서 “지난 노동절 연휴 4일 동안 중국내 관광객 1억9500만명으로 관광수입이 1176억위안(20조 2000억원)에 이르는 등 중국은 막대한 내수 잠재력과 생산능력을 겸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평론가인 천다오인은 “시 주석과 중국 정부는 직면한 도전에 맞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가 확고해 보인다”며 “더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중국몽은 대외 이슈를 다루는 협상단의 능력과 유연성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 상황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최근 중국 공산당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정치국 회의에서는 지난 2월과 달리 경제안정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면서 “중국 지도자들은 미국의 관세 부과가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또 올해가 신중국 건국 70주년이 되는 해여서 미국에 지나치게 끌려가는 모습을 피하고 70주년 건국 기념일에 무역전쟁 승리를 선언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글로벌경제 조사업체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의 공동 창업자인 아서 크뢰버는 “중국 경제가 되살아나면서 중국 협상단은 보조금을 삭감하고 강제 기술이전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담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충분한 양보를 끌어내지 못한다는 국내 강경파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