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으며 도살장 가는 ‘경주마의 최후’

입력 2019-05-07 19:44
‘말(馬)의 고장’ 제주에서 경주마들이 잔혹하게 도살되는 실태가 고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페타 영상)

‘말(馬)의 고장’ 제주에서 경주마들이 잔혹하게 도살되는 실태가 고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제주의 경주마 도살 현장을 10여개월간 촬영한 영상을 지난 3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했다.

페타는 약 4분가량의 영상을 공개하며 “도축장에서 전직 경주마 22마리를 확인했다”며 “유명한 경주마, 혈통 좋은 말조차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트럭에 실려 도축장에 도착한 경주마들을 작업자들이 막대기로 얼굴 등을 때리며 도축장에 몰아넣는 장면이 담겼다.

이어 좁은 도축장 안에서 다른 말이 전기충격기를 맞고 기절해 한쪽 다리만 묶인 채 들어 올려지는 과정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말이 겁에 질린 듯 뒷걸음질 치는 모습도 찍혔다.

이와 관련해 페타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은 제주축협 등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페타는 “한국마사회 또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며 “한국마사회가 경주마를 무리하게 수입해 그만큼 많은 경주마가 버려지고 있다. 매년 1600마리가 넘는 경주마가 은퇴하는데 대부분 말고기 식당이 급증하는 제주도 도축장으로 보내져 도살된다”고 주장했다.

생명체학대방지포럼 관계자는 “퇴역 경주마 보호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한국마사회가 경주마 은퇴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마사회측은 “경주마는 마사회 소유가 아닌 개인 마주의 소유물”이라며 “은퇴 경주마가 대부분 도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경마장에서 경주마로 활동할 때는 말 복지와 관련해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지만 퇴역 후 말의 처분은 마주의 재산권 행사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마사회에 따르면 연간 경주 퇴역마 1400여마리 중 700여마리는 승용마로 전환되며, 약 150마리는 번식마로 활용된다. 폐사·안락사한 경우가 약 150여마리 되며, 400마리 정도는 용처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