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캄프의 위력을 맛봤다. 이젠 안필드에서 돌려줄 차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잉글랜드 리버풀은 8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 스타디움에서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차전을 치른다.
유리한 고지는 바르셀로나가 선점했다. 홈에서 열렸던 지난 2일 1차전에서 리오넬 메시의 활약에 힘입어 3대 0 완승을 거뒀다. 리버풀은 후반 중반까지 흐름을 손에 쥐고 공세를 퍼부었으나 정작 효과적인 공격은 바르셀로나 쪽에서 나왔다. 조르지니오 바이날둠을 공격적으로 기용한 게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의 자충수가 됐다.
열세에 처한 것은 점수 차 만이 아니다. 원정경기지만 바르셀로나가 체력적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 발짝 뒤처졌지만 맨시티 결과에 따라 실낱 같은 우승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그래서 지난 5일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최정예로 나서며 사투를 벌였다. 반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우승을 확정한 바르셀로나는 같은 날 펼쳐진 셀타비고전에서 주축 모두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는 6일간 푹 쉬고 리버풀 원정을 치르는 셈이다.
부상 선수도 있다. 근육 부상을 당한 리버풀 최전방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는 결장이 확정됐다. 클롭 감독은 뉴캐슬과의 경기가 끝난 후 “피르미누는 바르셀로나와의 2차전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제외할 의사를 드러냈다. 피르미누는 리버풀 스리톱에서 모하메드 살라와 사디오 마네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피르미누의 부재를 클롭 감독의 전술적 수로 메워야 한다. 1차전 바이날둠의 기용은 실패였다.
살라 역시 출전이 불가능하다. 지난 뉴캐슬 전에서 상대 골키퍼와 엉덩이를 부딪치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당시 뇌진탕 증세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클롭 감독은 “큰 부상이 아니다. 살라는 교체된 후 라커룸으로 돌아가 문제 없이 경기를 시청했다”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리버풀 의료진들은 살라에게 약 일주일간 휴식을 취할 것을 권장했고, 구단은 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살라의 결장을 밝혔다.
그런데도 리버풀은 경기가 열리는 장소가 안필드라는 것에 대역전극의 희망을 걸고 있다. 바르셀로나가 누캄프에서 굉장히 강한 것처럼, 리버풀 역시 그렇다. 안필드에서 치른 최근 프리미어리그 38경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미드필더 제임스 밀너는 “역전은 정말 힘든 일이다. 하지만 여기는 안필드다. 이곳에서는 수차례 특별한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루이스 수아레스와 필리페 쿠티뉴의 활약상도 관전 포인트다. 수아레스는 대체 불가한 바르셀로나의 최전방 자원이다. 쿠티뉴는 오스만 뎀벨레가 부상과 경기력 기복을 겪으며 최근 왼쪽 측면 공격수 자리를 꿰차고 있다. 1차전에서도 이 둘은 선발로 나섰고, 수아레스는 선제골을 기록했다. 골을 터뜨린 수아레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하프라인 부근으로 뛰어가 세리머니를 터뜨렸다.
공교롭게도 수아레스와 쿠티뉴의 전 소속팀이 리버풀이다. 수아레스는 2014년 여름 이후 5년 만에, 쿠티뉴는 1년 4개월 만에 복귀다. 분위기가 유독 뜨겁다고 알려진 안필드 관중들이 이 둘의 귀환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바르셀로나 쪽으로 추가 많이 기운 상황이지만 공은 둥글다. 올 시즌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네덜란드 아약스 암스테르담 역시 16강 2차전에서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리버풀 선수단은 안필드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첫 과제는 2선에서 침투하는 메시를 막는 것이다. 1차전에서는 그를 막지 못해 무너졌다. 리버풀이 바르셀로나를 꺾고 기적을 써내려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송태화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