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일-가정 양립’…육아휴직 사용 기업 절반도 안돼

입력 2019-05-07 11:08 수정 2019-05-07 11:37
게티이미지뱅크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기업이 절반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기업 971곳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직원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48.9%였다.

기업 형태별로 보면 대기업은 85.6%가 사용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42.4%에 그쳐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신 직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여성 직원의 비율은 평균 57.3%였다. 대기업이 평균 66%, 중소기업은 평균 54.2%가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돼 대기업도 여전히 미흡한 실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사용하는 평균 휴직 기간은 9.5개월로 집계됐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그 비율은 낮았다. 조사대상 기업 중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이 있다고 답한 기업은 14.2%에 불과했다. 대기업은 39.7%로 절반에 못 미쳤으며, 중소기업은 9.7%로 현저히 적었다. 평균 휴직 기간도 6.6개월로 여성 직원에 비해 2.9개월 짧았다

지난 2018년 7월 5일 오전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발표가 있던 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만 8세 이하 아동이 있는 부모라면 최대 2년까지 하루 1시간에 대해 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하고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휴직 사용 시 최대 250만원까지 급여를 지원한다는 등 대책이 공개됐다. 뉴시스

이처럼 아직도 많은 기업이 자유롭게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육아휴직이 기업에 부담이 되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기업 10곳 중 7곳(68.3%)이 ‘부담을 느낀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육아휴직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로는 ‘기존 직원들의 업무가 과중 돼서’가 50.4%(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대체인력 채용에 시간과 비용이 들어서’(48.3%), ‘현재 업무에 차질이 발생해서’(43%), ‘복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24.6%), ‘대체인력의 숙련도가 낮아서’(20.2%) 등 이유가 뒤를 이었다.

직원들의 육아휴직에 부담을 느껴 사용을 제한한 경험이 있다는 비율도 28.1%였다. 구체적으로는 ‘사용 자체를 강제로 제한’(34.4%, 복수응답), ‘기간 단축 권고’(32.3%), ‘미사용 권고’(28.5%), ‘기간을 강제로 제한’(22%)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육아휴직 사용이 확대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보조금·법인세 감면 등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38.4%), ‘경영진의 의식변화’(34.3%), ‘남녀 육아 분담 및 고용 평등 공감대 형성’(13.4%), ‘제도 남용을 막는 직원들의 책임의식’(9.8%) 등을 꼽았다.

백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