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 나성범(30)은 부상으로 지난달 4일에야 1군에 등록했다. 그리고 부상을 당하기 전까진 말 그대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23경기에 출전해 93타수 34안타, 타율 0.366, 4홈런, 14타점, 19득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장타율 0.645, 출루율 0.443, 도루 2개 등 공격 전 분야에서 빼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 KBO리그에는 나성범이 없다. 지난 3일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 도중 투수 폭투를 틈타 3루 베이스를 밟는 순간 오른쪽 무릎이 꺾이는 모습이 TV 화면에 선명하게 잡혔다. 오른 무릎 십자인대 파열이었다. 이날은 그가 1000안타를 친 날이었다.
그리고 지난 5일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거쳐 복귀까진 최소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사실상 올 시즌에 뛸 수 없다는 말이다. 포스팅시스템에 필요한 7년을 결국 채우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한발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나성범은 연세대를 졸업한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10순위로 NC에 입단했다. 그해 신생구단 NC는 퓨처스리그를 소화할 때였다. 1군 경력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나성범은 1군 무대에 처음 뛰었던 2013년 타율 0.243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지난해까지 매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때려냈다. 5년 연속 150안타를 때려내고 있었다. 2016년을 제외하곤 매년 두 자릿수 도루도 기록했다. 다만 외야수로선 많은 31개의 실책을 기록했긴 했다.
나성범은 과연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을까. 현재로선 쉽지가 않다.
나성범이 노렸던 포스팅시스템은 7시즌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2013년 1군 무대에 데뷔한 나성범은 올 시즌까지 소화해야 가능했다. 포스팅 시스템은 FA자격은 되지 않지만 7시즌 이상을 뛴 선수는 구단과의 합의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론 국내로 복귀할 경우에는 이전 소속팀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해외로 진출한 뒤 국내로 복귀할 경우 다시 4시즌을 채워야 FA가 된다.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33)가 2016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가 지난해 복귀하면서 단년 계약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리그에 처음 진출한 KBO리그 출신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최향남(48)이다. 2009년 말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포스팅 비용은 단 101달러였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선수는 2012년 말 한화 이글스 소속이던 류현진(32)이다. LA 다저스가 2573만여 달러의 포스팅 비용을 제시해 낙찰됐다. 당시 류현진의 계약 조건은 기간 6년, 연봉 3600만 달러였다.
또 넥센 히어로즈 소속이던 강정호(32)는 500만2015달러에 응찰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구단으로 이적했다. 이듬해 같은 팀 박병호(33)는 미네소타 트윈스에 1285만 달러의 포스팅 비용으로 팀을 옮겨갔다.
이들 모두는 7년의 조건을 채웠다.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단 1시즌만 뛰었어도 소속 구단만 허락하면 포스팅을 신청할 수 있다.
헌법에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프로야구 선수도 국내는 물론 해외 리그를 선택해 뛸 권리가 있다. 무분별한 해외 진출로 인해 국내 리그가 영향을 받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만, 근본적으론 야구 선수의 자유로운 이동은 보장되어야 마땅하다.
최근 FA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고졸 9년, 대졸 8년인 자격 요건을 낮추자는 데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참에 포스팅 시스템 신청 자격 요건도 낮춰야 한다. 일본처럼 1년 이상으로 급격하게 변화시키는 것은 무리이지만 5년 정도로 완화한다고 해도 그리 무리가 되지 않을 듯하다. 계속 국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만 안고 간다면 한국 야구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밖에 없다. 활발한 해외리그와의 교류를 통해 실력을 쌓아가야 한다. 그 출발점이 포스팅 시스템 자격 요건 완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