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신군부 합동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았던 자신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진술서를 공개했다. ‘전두환 신군부’에 맞서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심 의원과 유 이사장은 39년 전 작성한 진술서를 놓고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유 이사장은 “비밀조직을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진술서가 77명의 민주화인사를 겨누는 칼이 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누구의 진술이 수사 가이드라인 돼 동료들의 목을 조였는지 국민들께서 읽어보고 판단하시리라 믿는다”며 “역사 앞에 서는 각오로 유 이사장과 저의 진술서를 가감없이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시민의 진술서는 전지적 관찰자 시점에서 학우들의 행적을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지난달 20일 KBS 2TV ‘대화의 희열‘과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를 통해 허위사실을 전달했다”며 “그는 학생회 간부로 공개된 이들에 대해서만 진술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학생운동권 내부 움직임을 진술해 다른 학우들에게 직접적 위협의 칼날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 진술로 새로 지명수배되거나 혐의가 인정된 사람은 없었다. 나는 학생 운동의 순수성을 피력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정치권의 개입이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고 반박했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의 진술서에 제 이름은 모두 78번 언급됐고, 이 진술서는 저의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 이사장은 상세한 진술이 당사자들에게는 목을 겨눈 칼로 바뀐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신의 진술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른 체 한다”며 “유 이사장은 검찰측 참고인이었고, ‘김대중 내란 음모사건’ 유죄 판결의 핵심 증인으로 판결문에 판시돼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진실 공방은 심 의원이 “유 이사장이 TV에 나와 ‘서울의 봄’ 당시 자신의 행적을 일방적으로 미화한다”고 공개 비판하며 촉발됐다. 유 이사장이 이에 “심 의원 본인이 진술서를 공개했으면 한다. 그의 자필 진술서와 법정 발언을 날짜순으로 다 공개하면 제 진술서에 나온 내용이 누구의 진술서에 가장 먼저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하며 양측의 공방이 본격화됐다.
심 의원이 이날 진술서를 전격 공개하면서 이미 법적 대응을 경고한 유 이사장과의 진실 공방도 2라운드에 접어들게 됐다.
유 이사장의 진술서 작성 시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 이사장은 그간 “합동수사본부에 제출한 그 진술서는 7월, 최소한 7월 중순 이후에 쓴 걸로 보인다”고 말했으나, 심 의원이 확보한 유 이사장 자필 진술서 사본에 따르면 ‘1980년 6월 12일’로 제출 날짜가 명시돼 있다.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이 잡혀 온 6월 30일 이후 합수부에 재차 불려 가 그가 진술한 내용에 맞춰 진술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지만,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이 6월 11일~12일 양일에 걸쳐 진술서를 작성했다는 입장이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