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검찰청에 근무하는 10년차 형사부 검사가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6일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조정안이 그대로 실무에 적용될 경우 나타날 문제점을 정리해 국민들이 어떤 피해를 볼 수 있을지 설명했다. 평검사들의 반대 입장도 분명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1일 조정안에 대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한 지 5일 만이다.
의정부 지검에 근무하는 A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통신망에 ‘고소 사건 이렇게 바뀝니다’라는 10페이지 가량의 글을 올렸다. ‘QnA’ 형식의 이 글은 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생겨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담았다. A검사는 2000만원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사기꾼에게 항의를 했는데 적반하장 격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예시를 들었다. 그는 재경지검 등에서 형사부 검사로 9년 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다.
A검사는 조정안이 실무에 적용될 경우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벌어진 잘못을 검찰이 밝혀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는 ‘검사가 기록을 볼 수는 있다고 하는데, 검사가 책임감을 갖고 검토하면 잘못을 밝혀내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A검사는 “매년 불기소되는 사건이 80만 건에 달한다”며 “그걸 전국 형사부 검사 700~800명이 60일 이내에 전부 파악해 수사가 올바른지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한 기록만 보고 수사의 잘못된 점을 알기는 어렵다”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장 양홍석 변호사도 ‘애당초 불기소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록만 보고 혐의 유무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검찰에 사건기록을 보내 60일간 검사가 검토한다는데’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검사가 당신 사건을 검토해 사기꾼의 잘못을 밝힐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며 “경찰에서 종결한 사건은 검찰에 보내 60일간 머물다 다시 경찰서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60일 동안 검사가 당신의 기록을 검토하여 문제점을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설명했다. 형사부 검사들이 평소 처리해야 하는 사건의 양이 너무 많아 경찰 수사의 잘못을 하나하나 가려내기 어렵다는 토로다.
‘검찰에 송치한다는 것과 검찰에 60일간 사건기록을 보낸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나요’라는 질문에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송치한다는 것은 검사가 그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이고 그 기록에 대해 검사가 수사를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기록을 60일 보내는 것은 검사가 기록의 서류만 보는 것이고 관련자 수사 등은 할 수 없다”며 “자신의 사건이 아니므로 검토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A검사는 ‘기록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검사는 경찰에 재수사요청을 할 수 있지만 효과는 장담 못 한다”며 “경찰이 그 재수사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완, 통제 수단은 전혀 없다. 경찰의 선의를 기대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이 사건 자체를 ‘은폐’하려고 할 경우 검찰의 효율적인 통제 수단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A검사는 검찰이 경찰에게 요구하는 보완수사도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보완수사 요구를 할 때 사건이 일어난 곳의 CCTV를 확인해주고, 다른 목격자를 조사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검사가 보완수사 요구에 당신의 요구사항을 포함시킬 수는 있지만 경찰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생활 침해, 수사권 남용 등의 핑계를 대고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적용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을 경우에 대해서는 “경찰이 검사의 지휘에 따라 목격자 조사, CCTV 확인 등을 해야 한다”고 했다. 보완수사 요구와 수사 지휘권 발동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A검사는 조정안에 따라 경찰에 대한 검찰의 사법적 통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사법적 비용은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다. 그는 ‘경찰이 보완수사요구를 불응할 경우 직무배제나 징계요구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직무배제나 징계요구는 아무런 강제력이 없다. 경찰에서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도 징계요구는 가능하지만 실제로 활용된 예가 거의 없다”며 “경찰에서 이에 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A검사는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재수사요청이나 보완수사요구로도 문제가 시정이 안 될 경우 경찰에 당신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해 경찰 수사용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아마 다시 검찰 수사용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중으로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경우가 현저하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