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오명 벗지 못한 채 시즌 마감… 맨유와 동행 끝?

입력 2019-05-06 13:4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가 6일 허더즈필드 타운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원정 경기에 나서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가 고개를 숙였다. 54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고질적인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벤치로 떠났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맨유에 있어서는 안될 선수가 있다”며 격분한 표정으로 독설을 퍼부었다. 직접 산체스를 지목하지 않았지만 그가 솔샤르 감독의 살생부에 올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맨유는 5일 영국 허더즈필드의 존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에서 허더즈필드 타운에 1대 1로 비겼다. 올 시즌 75골을 내주며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허더즈필드를 상대로 낙승이 예상됐으나 실패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의 꿈도 무너졌다. 다음 경기에서 이겨도 4위 진입은 불가능하다. 최종전에 대한 목표가 사라진 셈이다. 팬들은 분노했다. 분노의 화살은 선발 출전한 산체스에게 향했다.

솔샤르 감독은 그간 마커스 래시퍼드와 앙토니 마르시알 등 측면 공격수 자원들을 적절히 활용했지만 유독 산체스에게는 차가웠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산체스의 단조로운 패턴이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에게 읽혔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적설과 방출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날 솔샤르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선발로 나섰다.

6개월여 만에 첫 선발임에도 움직임은 가벼웠다. 최전방과 2선을 오가며 왼쪽 측면을 활발히 누볐다. 허더즈필드 수비수들도 중앙으로 좁혀오는 산체스의 움직임에 애를 먹었다. 전반 8분 후안 마타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넣으며 스콧 맥토미니의 선제골의 시발점이 됐다. 산체스의 적극적인 압박으로 전방에서 공간을 창출하고자 했던 솔샤르 감독의 전술적 수는 맞아 떨어지는 듯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가 6일 허더즈필드 타운과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37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후반 교체투입 돼 벤치로 돌아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문제는 후반전 초기에 생겼다. 산체스가 후반 8분 종아리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결국 신예 공격수 타히트 총과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시즌 내내 발목을 잡았던 고질적인 부상이 재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산체스의 쓸쓸한 교체 후 맨유의 공격은 소강상태에 빠졌다. 산체스가 압박하던 왼쪽 측면은 움직임이 무뎌졌다. 빈공 끝에 승점 1점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산체스와 맨유의 동행은 이 경기를 끝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이날까지 맨유 유니폼을 입고 총 45경기를 소화하며 단 5골을 얻어내는 데 그쳤다.

현지에서는 산체스의 부진 원인을 정신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산체스는 팀 내 가장 많은 주급을 받는다. 그가 받는 주급은 출전 옵션까지 포함해 50만 파운드(약 7억3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주급이 주목받으며 팀의 부진과 함께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결국 그라운드 외적 요소들이 산체스의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켜 자신감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부상과 부진을 반복하는 그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는 유럽 구단은 없다. 맨유는 산체스 처분을 위해 그의 연봉의 절반인 1300만 파운드(약 197억원)를 감당할 의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뉴욕시티FC가 산체스에게 관심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태화 객원기자